[Family/건강] "아픈 데 없단다" 부모님 그 말씀 믿고싶지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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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P= 연합]

연로하신 부모님들의 가장 큰 바람은 무엇일까. 맛난 음식, 고운 옷, 명소 여행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건강하고 오래 사는 무병장수가 첫손으로 꼽힐 것이다.

하지만 건강도 지키기 위해선 제대로 알고 관리해야 한다. 몸에 좋다는 광고만 믿고 성분미상의 약제를 복용해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경우도 있다. 가정의 달을 맞아 부모님에 대한 보은으로 건강을 선물하는 법을 알아본다.

◆ 암 조기검진=노년기 사망 원인 가운데 1위는 단연 암이다. 암은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며 돌연변이 횟수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축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이 되면 암 검진도 소홀히 하는 데다 일단 진단을 받더라도 '얼마나 더 살겠다고 힘든 치료를 받겠느냐'며 쉽게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삼성서울병원 종양내과 박영석 교수는 "노인도 지병이 없을 땐 젊은 사람과 똑같은 암치료를 받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으며 설사 지병이 있더라도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선택하면 된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폐나 심장이 나빠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이 어려운 경우 방사선 치료로 같은 효과를 보기도 한다는 것.

그렇다면 노년기 암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일까. 역시 조기 진단, 조기 치료다. 박 교수는 "일단 몸이 불편하다며 병원을 찾아 암진단을 받은 노인들은 말기인 경우가 많다"며 "부모님께 매년 한번씩은 필요한 암 검진을 받도록 권하라"고 조언한다.

◆ 만성병 관리=노인병은 병에 걸려도 증상이 잘 안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노인은 감염병에 걸려도 열이 안 오르기도 한다. 또 협심증이 있어도 흉통(胸痛) 없이 전신쇠약 증상만 호소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요통.관절염.고혈압 등 여러가지 만성병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분당 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김광일 교수는 "노인은 아무 증상이 없어도 매년 한번씩은 의사 진찰과 정기검진이 필요하며, 특히 평상시에 비해 기능이 떨어졌다 싶으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인병은 한 번의 치료로 낫기보다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만성병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부모님이 지병이 있을 땐 평상시 필요한 약을 제대로 복용하고 있는지, 운동을 정기적으로 잘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배려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고령의 환자라도 적극적인 치료로 젊은이 못지 않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믿음을 환자와 보호자 모두 갖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 정신건강도 점검하자=노인은 정신질환도 많이 생기게 마련. 서울대병원 정신과 조맹제 교수는 "노인의 25~40%는 정신장애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나 치료를 받는 경우는 극히 일부"라고 밝힌다.

가장 흔한 노년기 정신질환은 노인 우울증과 치매다. 노인 우울증은 배우자.건강.돈.친구.자식 등을 잃는 바람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다. 우울감에 빠져 있기보다는 여기저기 아프고 소화가 안 되는 등 신체증상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또 누군가 나를 싫어하고 해칠 것이라는 피해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노인 우울증도 조기발견과 치료로 완치가 가능하므로 부모님이 말수가 적어지고 식욕이 떨어질 때, 불면증에 시달리고 가까운 사람을 의심하고 비난할 땐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치매는 기억력 감퇴가 특징. 따라서 부모님의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 싶으면 신경심리검사로 노인성 건망증, 초기 치매, 치매 염려증 등을 감별해 보는 게 좋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 이럴 땐 즉시 의사 찾으세요

▶혈압이 140/90mmHg 이상

▶콜레스테롤 수치가 200mg/dl 이상

▶운동 후 근육이나 관절에 30분 이상 지속되는 통증

▶운동을 하면 숨쉬기 힘들고 흉통, 가슴 두근거림 등이 있음

▶하루 석 잔 이상의 술을 거의 매일 마심

▶흡연자인데 기침.객담.객혈 등이 나타남

▶소변 횟수가 증가하고 소변을 봐도 시원하지 않음(남성)

▶배변 습관과 대변색이 이전과 다름

▶6개월 이내에 체중이 10% 이상 감소

▶필요한 예방접종을 제때 맞지 않음

▶이전 일은 기억하지만 최근의 일은 까맣게 잊어버림

▶근거없이 주변사람을 의심하고 비난함

자료: 분당 서울대병원 노인병센터

*** 부모님의 생활건강 지침

▶식사는 '세끼 + 두번의 간식'과 같이 5회를 기본으로 한다

▶식사는 정해진 시간에 먹는다

▶치아가 약하면 부드럽게 조리한다

▶두유.우유.유제품을 매일 한 잔은 마신다

(우유를 이전에 안 먹던 사람은 조금씩 양을 늘릴 것)

▶채소와 과일은 매일 충분히 섭취한다.

▶콩, 흰 살코기(생선.닭.오리) 등을 통해 매일 조금씩 단백질을 보충한다

▶물을 충분히(하루 6~8잔) 마신다

▶하루 한 잔 정도의 반주는 마셔도 좋다

▶매달 체중을 측정해 정상 체중을 유지하도록 관리한다

▶기상시, 취침 전 10분 이상 매일 스트레칭을 한다

▶친구.이웃.가족과 함께 매일 속보 등 최소 20분은 신체활동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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