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의 컴백 '다섯손가락'의 이두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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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안녕하세요? 제 나이는 50에 가깝습니다.기회가 닿는다면 당신이 연주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하던 시기에 순수함과 따뜻함을 불어넣어 주었던 당신의 음악들…. 아빠가 된 지금도 항상 잊지 않고 있습니다." "수능을 앞둔 학생입니다.'애프터 더 걸' 을 들었는데 정말 좋군요. 다섯 손가락…. 이름만 알았는데…. "

7년 만의 귀국, 그리고 마지막 앨범을 낸 지 11년 만의 컴백. 다양한 연령층을 자랑하는 이두헌의 팬들은 그의 홈페이지(http://www.dooheon.com)에 찾아와 이런 글을 올리며 환영했다.오랜만에 활동을 재개하는 음악인에게 이보다 더 든든한 지지는 없을 것이다.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기차' '이층에서 본 거리' '사랑할 순 없는지' 등으로 80년대 중반 인기를 누렸던 그룹 '다섯 손가락' 의 이두헌(36). 기타 하나를 가슴에 꼭 끌어안고 그가 돌아왔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해맑은 얼굴로 저렇게 웃고 있다니, 그새 가요계가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기나 하는 걸까.

"그래요. 제 또래 친구들이 다 보이지 않는군요. 음반을 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했죠. 하지만 7년 전 음악 공부를 위해 미국으로 떠날 때 결심한 걸요. 50~70대의 내 모습, 불고기집 사장보다는 음악인이었으면 좋겠다고요. "

경기도 문산의 스튜디오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1989년 다섯손가락 4집을 낸 뒤 편곡자와 컴퓨터 뮤직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다 미국에 간 그는 최근 7년만에 돌아와 10월 말께 선보일 독집 음반 '기억하나요' 의 믹싱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보스턴 버클리음대에서 3년, 이어 남가주대(USC)에서 4년 동안 스튜디오 기타(석사)를 전공했다.

"보스턴에서는 가요는 거의 잊고 지냈어요. 하지만 USC에서는 '뮤지션은 어렵게 연주해도 듣는 사람에겐 쉬워야 한다' '대중에게 접근할 수 없는 음악은 음악이 아니다' 는 것을 배우며 음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었죠. 잘난 척하는 음악이 아니라 격을 지키면서 대중과 교감할 수 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요. "

돌아보니 다섯 손가락의 음악이 그랬다.그들의 연주는 친근하면서도 세련됐다.시적인 가사와 임형순과 이두헌의 보컬은 많은 젊은이들의 추억에 녹아 있다.

7년 동안 재즈.펑크.라틴 음악을 섭렵했다는 그가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연주곡 '하이 올 오버' '점핑 위드 조' '원 아이드 킹' 등은 그가 새롭게 경험한 음악적 궤적을 엿보게 한다.

"퓨전 스타일의 연주곡도 선보이지만 기본은 역시 가요예요. 제 음악적 뿌리가 가요니까요. 김정호 선배의 '보고싶은 마음' 이 가요의 매력을 가르쳐줬다면 한대수 선배의 음악은 제 길을 밝혀줬죠. 한대수 선배께 바치는 '한대수' 라는 곡도 만들었어요. "

그 사이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그는 "노래의 소재와 주제는 많이 달라졌다" 고 말했다. 네살배기 아들에게 아빠의 따뜻한 사랑을 담아 만든 '마중 그리고 배웅' 이 바로 그런 곡. 수록곡의 기타 연주는 모두 그가 맡았으며 박효신과 이은미가 부른 곡도 있다.

다섯 손가락 시절 음악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는 "겁 없이 순수함 하나로 만든 음악…. 다시는 만들 수 없는 아름다운 곡" 이라고 대답했다.

글=이은주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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