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현장 이 문제] 전북 대아댐 상류 건설 폐기물 매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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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기름이 잔뜩 배인 돌가루와 돌조각을 마구잡이로 묻어 맑고 깨끗하던 청정계곡의 저수지가 썩어가고 있습니다. 그 냄새 때문에 기온이 높거나 바람이 부는 날에는 창문을 열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

완주군 동상면 대아리 주민 김모(50)씨는 시커멓게 변한 물을 가르키며 코를 틀어 막았다.

전북도가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대아댐 상류에 건설 폐기물을 매립해 말썽이 되고 있다.

문제의 땅은 대아수목원에서 1백여m 아래 4천여평. 도는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4월부터 이곳에 주차장.수목전시관 조성 공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기반공사를 마치고 아스콘 씌우기를 앞둔 2천여평의 주차장 부지는 기름덩이가 뒤섞인 돌가루 등 건설 폐기물로 메워져 있다. 옆의 전시관 예정지 또한 표면이 황토로 덮여 있지만 30㎝ 가량만 파 보면 폐기물이 나온다.

주변의 용담댐 도수터널 공사장서 나온 폐기물들로, 수백여t이 매립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은 기름 등 각종 불순물이 포함된 돌가루 등이 그대로 묻으면 저수지가 오염된다며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사용금지를 요청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욱이 이곳은 농업기반공사가 1987년 댐의 저수량을 늘린다며 농민들의 땅을 매입한 곳이다. 이 땅을 되팔 경우 원 소유자들에게 매입권을 우선적으로 줘야 하는데도 농업기반공사가 도에 편법 매각했다고 농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전북도는 또 매입 토지가 4천여평인데 실제는 더 많은 저수지를 메워 6천여평을 조성, 설계도면을 무시한 채 공사한다는 비난도 함께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전북도 관계자는 "중금속 오염도를 조사한 결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며 "주차장.전시관 등의 부지가 설계도면과 달리 몇백평 더 조성된 것 같다" 고 말했다.

대아저수지는 전주.익산시민 등에게 하루 5만여t씩의 식수를 공급하고 있다.

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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