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한국 비중 좀 더 줄일 듯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9면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보유 비중 하락세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달 외국인이 보유한 주식의 시가총액은 64조9천억원으로 8월(75조2천억원)에 비해 10조원 이상 줄었다. 보유 비율로는 8월의 30.1%에서 지난달에는 29%로 낮아졌다.

주식을 팔아치우는 액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달 1조원이나 순매도했던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서도 12일 현재 순매도액이 3천억원을 훨씬 넘고 있다.

◇ 외국인 매도세 4분기에도 이어질 듯〓현대증권은 12일 일일보고서를 통해 연말까지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 비중 축소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은 그 근거로 ▶현재의 IT(정보기술)산업이 성장의 한계를 분명하게 노출하고 있고▶외국인은 국제적 자금 흐름에 민감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국내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큰 호재로 작용하지 못하고 있는 점 등을 제시했다.

특히 올 들어 국내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수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전세계 IT산업 경기란 점을 감안하면 최근 IT산업의 하락세가 외국인의 국내 시장 비중을 현격히 떨어뜨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신경제연구소 역시 "현재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당연한 현상" 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소는 "외국인이 앞으로 어떤 매매전략을 구사할 것인지, 언제나 미국 증시가 안정을 되찾을 것인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고 토로했다.

◇ 결국 구조조정 성패에 달렸다〓대신경제연구소는 우선 외국인들이 외환위기 이후 아시아 증시에서 유독 한국 주식을 가장 적극적으로 매수한 이유부터 설명했다.

바로 ▶외환위기로 인해 한국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호기를 맞아 한국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했으며▶태국.인도네시아 등과는 달리 한국에는 반도체.철강 등에서 세계적인 대기업이 있어 포트폴리오 구성 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수출호조세에 따른 빠른 경기 회복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러한 호재들이 퇴색해 외국인들의 시각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연구소의 서홍석 투자전략실장은 "결국 구조조정이 원활히 재개되고 대기업의 투명경영이 정착돼야 하며 무역수지가 다시 확대돼야 외국인 매도세가 중단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증권 투자전략팀 한동욱 선임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전략은 반등국면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반등강도도 약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