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 '랩어카운트' 11월 출시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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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0면

투자할 돈은 있으나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상품이 이르면 이달 중 나온다. 바로 랩어카운트(자산종합관리계좌)다.

전문가(금융자산관리사)가 고객의 투자 성향과 목적에 맞춰 돈을 굴려주는 이 상품은 노후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다.

금융감독원 자산운용감독팀 황선호 부조사역은 "지난달 8일 증권거래법 시행령이 개정돼 랩어카운트 상품이 허용됐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재정경제부와 증권업협회가 세부 시행규칙을 만들고 있는데, 이 규칙이 마련되면 증권사들의 상품 판매가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증권사가 1백% 알아서 자금을 굴려주는 것은 금지되고 '투자자문형' 만 허용된다.

증권사가 고객에게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주고 종목 추천까지 해주되 매매 주문은 고객이 직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 특징=랩어카운트란 Wrap(포장하다)과 Account(계좌)의 합성어. 이 상품의 첫번째 특징은 금융자산관리사가 고객의 투자목표.성향에 맞는 자산 배분 및 투자전략에 대해 조언하고 이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자산을 운용해 주는 맞춤형 투자상품이라는 점이다.

일반펀드가 '기성복' 이라면 랩어카운트는 '맞춤복' 이다.

둘째, 기존의 주식매매처럼 위탁수수료(commission)가 아니라 계좌 평가금액을 기초로 한 일정한 수수료(fee)를 내야 한다. 일반적인 주식거래는 주문을 내고 체결되면 건마다 일정률의 수수료를 징수한다.

그러나 랩어카운트에서는 고객이 맡긴 투자금액을 기초로 일정 수수료를 떼고 개별 매매건수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징수하지 않는다.

예컨대 한 투자자가 A증권사에 1억원을 맡겼다고 하자. A증권사 금융자산관리사는 전문화한 설문조사와 상담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짠다. 이후 고객은 수수료로 연간 2백만원(연 수수료가 2%일 경우)만 내면 된다.

A사가 아무리 자주 주식을 사고 팔아도 여기에 따른 수수료는 낼 필요가 없다.

따라서 증권사는 수수료 수입 증대를 위해 매매를 빈번히 할 필요없이 고객의 자산증가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는 데 주력하게 된다.

◇ 상품 개발 동향〓대우.LG.굿모닝.삼성.동원 등 5개 증권사는 이미 랩어카운트와 비슷한 상품을 팔고 있다.

하지만 연간으로 수수료를 물리는 것도 아니고 수익증권에만 한정된 상품들이다. 판매실적도 저조하다.

그러나 이번 금감원의 허용으로 증권사들은 랩어카운트를 놓고 한판 싸움을 벌일 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유사 상품을 판매해왔던 5개 증권사가 수익증권 등 간접상품 외에 개별 주식으로까지 투자범위를 확대한 랩상품 등록을 모색 중이다.

대우와 LG는 시행규칙 마련이 예상되는 이달 말 직후 혹은 다음달 초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물론 다른 증권사들도 보고만 있지는 않다. 미래에셋증권은 이르면 이달 말, 다음달 초로 상품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

SK증권은 내년 초에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 동양.한화증권 역시 연말께 시장상황을 본 뒤 판매시기를 결정할 방침이다.

동양증권 박홍규 금융상품기획팀 대리는 "확실한 수익모델을 보고 결정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黃부조사역은 "연간 수수료에 대한 금감원 지침은 없다" 고 말했다. 증권사들이 알아서 정한다는 뜻이다.

그는 "수수료는 대체로 미국과 같은 2~3% 선이 될 것 같다" 고 전망했다.

◇ 시장 전망과 투자자 유의사항〓대우증권 백상옥 상품기획팀장은 "우리나라도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고 노후 대비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 랩시장 전망은 밝다" 고 예상했다.

LG증권 최영남 와이즈랩팀장은 "증권사들이 랩어카운트에 승부를 걸고 있다" 고 말했다.

고객들이 주의할 사항과 관련, 白팀장은 "자신의 투자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예컨대 퇴직금으로 노후를 대비하는 경우엔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자산증식 목적이라면 공격적으로 운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래에셋증권 이만열 마케팅본부장은 "고객은 자기의 성향을 파악해 스스로 채권과 주식 비중을 판단하고 증권사가 거래하는 자산운용사의 특징도 살펴야 한다" 고 강조했다.

정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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