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세상 두번째 이야기] 교사가 본 제자 모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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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봉중 이은순(오른쪽 셋째) 교사가 제자들과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나이 탓일까? 시간이 참 빠르게 간다. 지난해 3월. ‘올해는 어떤 아이들을 만날 것인가’ 설렘 반 걱정 반이었다. 왜냐하면 요즘 아이들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난 이 아이들을 떠나 보낼 마음에 가슴이 짠~하다. 아마도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1학년 1반! 듣기만 해도 신선한 느낌이다. ‘처음처럼’이란 말이 우리 반처럼 잘 어울리는 반이 있을까? 가끔은 가슴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우리 반 아이들이 있기에 내가 가는 이 길이 의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지난해 우리 반의 급훈은 ‘꽃처럼 아름답게, 흙처럼 겸손하게’였다. 우리 반 아이들은 공부는 그리 잘 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인사도 잘하고 청소도 아주 잘한다.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마음 따뜻하게 느낀 것은 나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작은 것도 나눠 먹으려는 모습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번 이웃돕기 성금을 모을 때의 일이다. 성금이니 만큼 자율적으로 모금할 수 있도록 했고 최소한의 액수도 제시해 주었다. 1학년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교사의 가르침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성금모금의 취지, 쓰임, 한비야씨 이야기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총무에게 매일매일 들어오는 성금을 적도록 했고 일정액이 모아지면 성금모금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른 반과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조회를 마치고 한 학생이 내게 말했다. “지금이라도 더 내면 안될까요?” 아주 부끄러운 듯 말했다. 그 학생의 손에서는 꼭꼭 접은 1000원짜리 지폐와 동전이 또르르 떨어졌다. 얼마나 기특하고 예쁘던지…. 그런데 교무실로 온 나에게 또 한 녀석이 찾아왔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1만원 짜리 지폐를 꺼내는 것이었다. 나는 그것은 너무 많으니 조금만 내고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그 녀석이 웃으면서 “이것은 제 용돈인데, 의미 있는 일에 쓰면 좋지요”라며 환하게 웃고 가는 것이다. 그 다음 날도 우리 반 아이들은 더 많은 성금을 가지고 왔다. 물론 우리 반이 전교에서 제일 성금을 많이 모은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 1-1반 아이들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꽃처럼, 흙처럼 아름답게 사는 아이들이 멀리 있지는 않았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이 땅의 교사들에게 가장 큰 힘은 아마도 학생들이 내 마음을 알아주고, 믿어주고, 따라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이 아무리 작은 것이라 해도….

이은순(천안월봉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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