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이승엽 침묵에 삼성 '시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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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일곱경기 성적 25타수 3안타.

타율 0.120, 홈런은 물론 2루타도 하나 없이 단타 세개뿐. 29타석에서 삼진은 무려 10개에 볼넷이 4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고 개선한 '라이언 킹' 이승엽(삼성)의 귀국 후 성적이다. 1할대 타율에 트레이드 마크인 홈런 하나 없다. 지독할 정도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

타석에서 자신감 없는 스윙으로 허공을 가르기 일쑤고 찬스에서도 번번이 물러나 중심타자라고 부르기도 창피하다. 이승엽이 깊은 침묵에 빠져들면서 삼성의 전체 타선도 균형이 무너졌다.

삼성은 시즌 재개와 함께 리그 2위 두산을 따라잡겠다는 의욕을 보였으나 오히려 2승5패의 미끄럼을 타면서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두산이 최근 4연패의 부진에 빠졌기에 그나마 2게임차를 유지하고 있다. 두산이 반타작만 했더라도 일찌감치 2위 경쟁에서 탈락할 뻔했다.

이승엽의 부진은 타선 전체의 부진으로 이어졌다.

삼성은 최근 여섯경기에서 팀타율 0.209로 2할대 타율에 턱걸이하고 있다. 대포를 펑펑 쏘아올리던 여름의 위용은 사라졌고 무기력한 공격력으로 상대투수에게 끌려다니고 있다.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던 타자 4명은 이승엽을 필두로 김한수(0.190).김기태(0.217).김태균(0.243)까지 약속이나 한 듯 최근 여섯경기에서 지금까지의 시즌 성적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규 시즌 일곱경기만을 남겨놓은 시점에서 타자들의 집단 슬럼프는 김용희 감독을 포함한 코칭 스태프를 당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제 여름내내 지어온 농사의 결실을 거두려는 참에 방망이 끝에 힘이 빠져버린 것이다.

이대로라면 포스트 시즌에 진출한다고 해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일부에서는 김응룡 감독 영입설이 나돌면서 코칭 스태프가 중심을 잃었고, 이에 따라 선수들도 심적으로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른바 '가을병' 이라는 것이다. 진짜 승부를 앞두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사자들. 이들에게 패기를 되찾을 수 있는 처방전을 써줄 명의가 필요한 때다.

이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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