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만성신부전증 환자 고민식씨 대한해협 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만성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대한해협 단독횡단 대장정(大長征)에 나선다.

한.일 양국의 신부전증 환자에게 용기와 희망을 북돋워주고 치료를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윈드서핑 경력 13년의 고민식(高敏殖.37.제주시 삼도2동)씨가 그 주인공. 그의 투병은 올해로 5년째다. 식당.기념품점 등 가게일이 시원찮아 돈벌이하러 1996년 12월 일본을 찾았지만 난데없이 온몸이 퉁퉁 붓는 증세 끝에 만성신부전증이라는 질병만 확인하고 돌아왔다.

신장이식 수술 없이는 1주일에 세차례 이상 고통스런 신장투석으로 생명을 유지해야 하는 신세였다.

실의의 나날 끝에 그가 찾아낸 재기의 수단이 바로 대학생활 때부터 손을 놓지 않았던 윈드서핑.

"기어코 횡단에 성공, 전국 3만여 신장병 환자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겠습니다."

高씨는 오는 20일 단신의 몸으로 제주 성산포항을 출발, 일본 나가사키(長崎)까지 대한해협을 횡단한다. 4.3m의 돛과 2.8m의 보트가 그의 유일한 길동무다.

지난해 동료와 함께 동반횡단에 도전한 적이 있지만 당시는 이틀간의 항해 끝에 일본 나가사키현 부근 열도(列島)까지의 2백50㎞ 횡단에 만족해야 했다.

이번 횡단은 나가사키항까지 직선 3백㎞거리가 목표. 조류와 풍향을 고려하면 항해거리는 5백㎞를 훌쩍 넘는다. 시속 40~50㎞의 속도로 사흘가량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혹시 이번 횡단에 주변의 도움이 있다면 제주도내 신장병 환자 치료를 위한 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제주도는 그를 위해 어업지도선 '삼다호' 를 파견, 횡단을 돕는다. 또 제주MBC도 그의 훈련과정과 횡단을 동행 촬영, 휴먼다큐로 제작해 방영할 계획이다.

高씨는 "모쪼록 횡단성공으로 월드컵을 공동개최하는 한.일 양국의 환우(患友)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며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도전정신을 보여주겠다" 고 말했다. 연락처 018-627-7913.

제주〓양성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