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마다 '집안도둑' 예방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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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달 초 직원에 의한 현금 21억원 절도사건으로 한바탕 곤욕을 치렀던 K은행은 최근 비정기적으로 하던 금고.현금.여신 등 현금 취급 관련 부서에 대한 점검을 매일 하고 있다.

또 전국 5백90개 점포가 매일 작성하는 '사고예방 점검표' 를 서울 본점에서 온라인으로 중복 체크한다.

C은행은 현금 관리 직원 중 신용카드를 능력 이상으로 사용하는 직원을 특별관리 대상으로 정해 점검하는 상설 감찰반을 가동 중이다.

감찰반은 "직원 모씨가 주식투자.도박 등으로 돈을 잃었다더라" 는 등의 소문까지 추적 확인하고, 이상 징후가 포착될 경우 본점에 특별검사를 요청한다.

금융기관들에 '집안 도둑 막기' 비상이 걸렸다.

최근 전국 곳곳의 은행.신협.농협 등에서 내부직원에 의한 현금 도난.불법 대출 사건 등이 잇따라 고객들의 신뢰가 많이 떨어지고 재산상의 피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S은행 호남본부는 최근 '내부직원 제보에 관한 규정' 을 마련, 동료가 빚에 쪼달리거나 주식투자에 실패하는 등의 사례는 즉각 무기명으로 신고토록 했다. 또 일과 중에는 주식투자 관련 인터넷 사이트 접속을 금지하도록 일선 점포에 지시했다.

D은행도 '상사의 위법.부당한 지시에 따르거나 위법 사실을 제보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직원에게도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 는 내용의 공문을 각 점포에 내려보냈다.

이밖에 농협 부산지역본부는 고액 입출금 작업에 대해서는 온라인 조작 때 반드시 책임자 키를 사용하도록 했다.

그러나 직원 감시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다.

시중은행의 한 행원은 "직원들을 서로 감시하게 하는 것은 사고예방 효과보다는 동료애 상실 등 역효과가 더 클 것" 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행원은 "경제적으로 문제가 있는 극히 일부 직원이 금융사고를 내고 있는데 성실한 직원들까지 사생활을 감시당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 근무 분위기에도 영향이 있다" 고 말했다.

구두훈.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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