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IMT-2000'이 뭐길래, 경쟁이 심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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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IMT-2000 연기되나" "IMT-2000 연기 절대 안돼"

경기도 일산에 사는 장소라(14.오마중 1년)양은 얼마전 신문을 보면서 차세대 이동통신인 IMT-2000과 관련한 글을 읽었지요.

안병엽 정보통신부장관까지 "IMT-2000 서비스 늦추더라도 비동기식 원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일 것" 이라고 말했다는 글을 보고 張양은 의문이 들었어요.

"IMT-2000이 뭐길래 장관까지 나서서 입장을 밝힐까"

"동기식은 뭐고 비동기식은 또 뭐지"

"IMT-2000을 이용하면 세상이 달라지나" 등….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만 갔어요. 그래서 아버지께 여쭤봤지요.

"휴대전화로 상대방 얼굴을 보면서 전화도 하고 인터넷도 이용할 수 있는 거란다."

아버지의 설명을 들은 張양은 IMT-2000에 대해 어렴풋이 알게 됐지만 "좀 편리한 서비스가 나오는 걸 갖고 왜 저렇게 난리들이지" 하는 생각은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지요.

IMT-2000!.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요. 하지만 IMT-2000은 '사람들이 난리를 피울 만큼' 중요한 겁니다.

IMT-2000은 영문인 'International Mobile Telecommunications' 이 뜻하는 것처럼 전세계 어디서나 영상전화.무선호출.전자우편.데이터교환 등을 할 수 있는 국제적인 통신 서비스예요. 그런데 IMT-2000에 붙은 '2000' 은 뭐냐고요.

그것은 IMT서비스를 하도록 나눠준 주파수대역이 2GHz(기가헤르츠), 즉 2000 MHz(메가헤르츠)를 뜻하는데 1992년 세계무선관리회의에서 이름을 붙였지요.

요즘 휴대전화 서비스는 어떤가요. 말로 얘기하거나 문자를 보내는 수준이지요. 좀 더 발전됐다고 해도 문자(텍스트)로 된 인터넷 정보나 e-메일을 이용하는 정도일 겁니다.

아직은 동영상으로 상대방을 보거나 엄청나게 많은 양의 정보를 휴대전화로 확인하기는 어렵지요.

또한 우리가 쓰는 휴대폰은 우리나라에서만 사용할 수 있어요. 서비스가 좋아져 호주 등 일부 국가는 우리가 갖고 있는 휴대폰으로도 전화를 할 수 있지만(로밍 서비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쓸 수 없지요.

왜 우리나라 휴대폰을 다른 나라에서 쓸 수 없냐고요. 우리나라의 휴대전화 서비스업체가 쓰는 주파수나 기술방식이 외국과 다르기 때문입니다.

음성 등의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주파수가 다르니 그 주파수대의 정보를 받는 휴대폰이 외국에서는 무용지물이 되는 겁니다.

나라간 교류가 활발해 세계는 단일화되고 있는데 휴대전화 서비스는 제각각이니 어떻겠어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할 겁니다.

외국을 오가며 사업을 하는 사람 중엔 휴대폰을 3개나 갖고 있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그래서 통신장비와 시스템 등의 표준을 만드는 국제기구인 세계전기통신연합(ITU)이 전세계 어디서나 하나의 단말기로 음성.영상.데이터 등 멀티미디어 통신을 할 수 있는 차세대 이동통신의 표준 기술(IMT-2000)을 제안한 것이지요.

IMT-2000을 이용하면 휴대전화로 갖가지 동영상도 보고 인터넷에 접속해 사이버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어요. 요즘의 휴대전화에 노트북 컴퓨터를 합쳐놓았다고 할까요. 정보를 보내는 속도도 현재 이동통신보다 1백배 이상 빠르죠.

이쯤해서 경제얘기 좀 할까요.

옛날 전화가 나오기 전에 살던 사람들은 멀리 떨어진 사람에게 말하고 싶을 때 어떻게 했을까요. 자신이 직접 찾아 가거나 다른 사람을 보내야 했을 겁니다.

이렇게 되면 '말' 을 다른 사람에게 전해 주는 일을 하는 사람도 생겼겠지요. TV 사극에 나오는 임금의 어명을 전달하는 사람 말이에요. 하지만 전화가 나온 후 어떻게 됐을 까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은 쓸모가 없었을 겁니다.

이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 것이지요. 전화 한번만 하면 되는데 이런 사람이 무슨 필요가 있겠어요. 일자리가 없어진 사람들의 가족은 생계가 막막해 고통을 겪었을테지요. 하지만 전화국 같은 곳에선 그 반대의 일이 벌어지겠죠.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고 많은 사람들이 그 일을 하려고 달려들 겁니다(보통 경제학에선 이를 일자리를 만들어냈다고 해서 '고용창출효과' 라고 하지요).

IMT-2000도 마찬가지예요. IMT-2000서비스가 시작되면 기존의 이동전화나 유선전화 가입자들은 IMT-2000으로 옮겨갈 겁니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서비스 시작후 5년내에 1천만명이 이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요.

이렇게 되면 IMT-2000 관련 일을 하는 사람들은 크게 늘어날 것이고(고용창출효과) 이들이 만든 제품이나 서비스는 나라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것이지요(생산유발효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IMT-2000사업의 직.간접적인 생산유발효과를 48조원으로, 고용창출효과는 55만명으로 추정했어요. 우리나라의 내년도 살림 규모(예산)가 1백1조원이니 48조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겠죠.

55만명의 고용창출효과라는 것은 55만명이 일자리를 얻는다는 뜻이에요. 이들이 4인 가족의 가장이라고 추정하면 무려 2백20만명이 IMT-2000 덕에 경제생활을 할 수 있다는 얘기지요.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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