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은행 뉴욕증시 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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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주택은행이 국내 은행 중 최초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됐다. 그러나 뉴욕증시 상장에 따라 주택은행은 당분간 타은행과의 합병이 어렵게 돼 금융구조조정 방향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주택은행은 3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을 받아 뉴욕증시에 정식 상장됐다고 발표했다.

주택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은 신주를 공모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동안 발행된 국내주식과 런던증시에서 거래돼온 해외주식예탁증서(GDR.미국 밖에서 거래되는 DR)를 미국주식예탁증서(ADR)로 바꿔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국내투자자들과 외국인들은 앞으로 주택은행의 승인을 받아 국내주식 1주나 1GDR를 2개의 ADR(1억주 한도)로 바꿔갈 수 있다.

주택은행은 "신주를 상장하는 것이 아닌 만큼 주주들이 GDR나 국내주식을 ADR로 바꿔야 거래가 일어난다" 며 "당분간 뉴욕증시에서는 소량거래만 일어날 전망이며, 본격적인 거래는 이달 말부터 이뤄질 것" 이라고 밝혔다.

한편 주택은행의 뉴욕증시 상장으로 이달 내로 예상돼온 우량은행간 합병은 성사가 어려울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계에서는 주택은행이 곧 하나.한미은행 등과 합병, 초우량 선도은행으로 출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돌았다.

이와 관련, 주택은행은 이번 상장과정에서 SEC측에 "구체적인 합병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 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SEC는 주택은행측에 "합병계획이 있다면 합병을 먼저하고 상장을 뒤로 미루라" 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SEC는 주택은행이 상장 후 2~3개월안에 합병을 한다면 이는 투자자들을 기만한 행위라는 입장을 밝혀왔다" 며 "만일 올해 안에 합병이 일어나면 뉴욕증시 상장을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고 말했다.

주택은행측은 "합병에 대한 공식 입장은 김정태(金正泰)행장이 귀국하는 다음주 초께 내놓을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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