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근로 단축땐 비정규직 늘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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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노동계의 요구대로 법정 근로시간을 단축할 경우 상당수 사용자들은 근로시간을 연장하거나 비정규직을 늘리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중순까지 한달 동안 종업원 10명 이상 1천4백개 업체를 설문조사(복수 응답)한 결과 근로시간을 현행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강제적으로 줄일 경우 '실제 근로시간은 줄지 않아 연장근로만 늘어난다' (61%) '비정규직을 채용하겠다' (38%)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도 ▶외부에 용역.하청을 주고(37%)▶설비 자동화 투자를 늘리거나(34%)▶아예 고용을 줄이겠다(26%)는 응답도 나왔다.

▶실제 근로시간이 줄어들 것(16%)이라든가 ▶정규직을 채용하겠다(13%)는 답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엄기웅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법정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줄이면 근로시간 단축이나 고용 창출 효과보다는 이처럼 고용불안과 인건비 증가, 감원에 따른 노사 갈등 같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기업별 사정을 고려하는 제도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조사 보고서에서 "국내 기업의 41%가 연속 공정 때문에 교대 형태의 근무를 하고 있으며, 특히 노동집약적인 중소 제조업계나 납기를 맞춰야 하는 수출업계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3교대를 할 경우 인건비 추가 부담을 견디기 힘들다" 고 주장했다.

노동부는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해 지난 5월부터 노사정위원회와 함께 주당 근로시간 단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추진해 왔다.

홍승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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