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이산명단 특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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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남측 가족을 찾아달라는 북측 이산가족 1백명의 명단이 2일 첫 공개됨으로써 남북 이산가족간의 '생사확인' 작업이 본격화됐다.

◇ 1백명의 이모저모〓북측이 보내온 명단의 공식명칭은 '소식조사 의뢰서' 로 표기됐다.신청자 1백명 중 남자가 85명, 여자 15명. 연령별로는 60대가 61명, 70대가 39명으로 80대 이상과 50대 이하는 없었다.

북으로 보낸 남측의 생사확인 신청자 명단 중엔 1백세 이상이 12명, 90세 이상이 5명, 80세 이상이 25명인 데 비해 연령층이 대폭 낮은 게 특징.

형제.자매를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부인이나 아들을 찾는 사례는 7건에 불과했다.이중 부인만 찾은 경우는 3건, 아들만 찾는 사례가 1건, 부인.아들을 동시에 찾는 게 3건이었다.

부인은 대부분 '안해' 로 표기해 눈길. '출신지역은 전원 남쪽으로 서울.경북(각 15명), 전남.충북(각 14명)순으로 많았고 상당수가 '의용군 출신' 인 것으로 알려졌다.

◇ 유명인보다 일반주민 위주〓헤어질 당시 의뢰자들의 직업은 농업이 45명으로 가장 많았고 학생(22명).노동자(18명).사무원(5명).교사(3명)의 순. 학생 중엔 서울대 법과대학에 다녔던 이일걸(71)씨 등 대학생이 4명 포함돼 있으며, 교사는 서울대 전기공학과 교원이었다고 밝힌 백영철(77)씨와 초등학교 교사 서병채(70).최학신(67.여)씨가 끼여 있다.

백영철씨는 북한 김책공업종합대학 강좌장인 백영철씨와 동일인물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주 출신으로 평남 숙천군에 사는 현옥생(67.여)씨는 헤어질 당시 직위란에 '인천시 전동에서 남의 집 아이보개' (유모)라고 적어 눈길.

북측 의뢰자들의 거주지 또한 평양시 20명, 황해남도 16명, 평안남도 15명, 황해북도, 평안북도, 강원도 각각 10명, 함경남도 9명, 남포시.개성시 각 5명 등으로 고르게 분산됐다.

때문에 북한사회의 인텔리나 엘리트 주축이었던 8.15 상봉단에 비해 노동자나 협동농장원의 비중이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평양시 거주자들도 순안.낙랑.삼석구역, 강남군, 상원군 등 시외곽에 거주하는 사례가 많다는 점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고 당국자들은 설명했다.

한 관계자는 "서울을 직접 찾는 교환방문단이 아니라 생사확인이 명단이기 때문일 것" 이라고 덧붙였다.

◇ 향후 절차〓한적(韓赤)의 현장실사 등을 거쳐 생사확인이 마무리되면 남북이 명단을 재교환할 예정. 생사확인된 사람들부터 11월에는 서신교환도 시작된다.

이달말께는 또 1백명의 추가 생사확인 명단을 교환하며 남측은 3차 적십자회담(12월 13~15일)에서 규모와 속도를 늘릴 계획. 생사확인 신청자들은 그러나 11, 12월의 교환방문단에는 낄 수 없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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