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40대 '파워 엘리트' 형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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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40대는 우리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작다. 연륜을 내세우는 50대 중진들에게 밀리고, 민주화투쟁 경력에서 결코 뒤질 것 없는 386세대에 비해서도 역할 공간이 크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 때는 퇴출의 우선대상이 된 우울한 세대다.

그런 40대가 민주당.행정부쪽에서 서서히 '파워 엘리트' 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8.30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동영(鄭東泳.47)의원이 최고위원에 당선한 것을 계기로 나타난 새 흐름이다.

경선때 鄭위원은 우리 사회 40대의 고민과 책임을 내세워 같은 세대 대의원들에게 접근했다.

이후 김한길(47)의원이 문화관광부장관이 됐고, 추미애(秋美愛.42)의원은 청와대와 당의 연락창구를 맡는 총재비서실장에 발탁됐다.

이들 3인과 이미 당3역에 진입해 있는 이해찬(李海瓚.48)정책위의장은 '민주당 쇄신론자' 라는 점에서 같다.

이들의 목소리는 당정관계 등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鄭위원은 지난달 18일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을 민심에 맞게 정공법으로 풀어가야 한다" 며 박지원(朴智元)전 문화부장관의 용퇴를 주장했다.

이는 다음날 의총에서 朴장관 사퇴론이 대세를 이룬 계기가 됐고, 결국 朴장관은 이틀 뒤 사퇴했다.

鄭위원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된 것은 그가 경선 이후 '소장파 리더' 대접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선 당이 젊어져야 한다" 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활발히 대학강연에 나서고 있다.

4선의 이해찬 정책위의장은 鄭위원보다 정치입문이 빠르지만 친구 사이다. 李의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강조한 '당 중심의 정치' 를 실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고율의 유류세 인상안을 마련하자 그가 당정회의에서 "민심에 부합하지 않는다" 며 제동을 걸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사석에서 "관료들은 다소 유연성이 떨어지는 만큼 민심에 예민한 당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고 강조한 바 있다.

김한길 장관은 그동안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총재비서실장을 역임할 정도로 金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 그는 최고위원 워크숍을 전후해 '추석민심 반영과 당개혁' 을 강하게 주장해 왔다.

그와 鄭위원은 정동채(鄭東采.49)기조실장.정세균(丁世均.49)2정조위원장.신기남(辛基南.47)3정조위원장.천정배(千正培.45)수석부총무와 함께 매주 모임을 갖는 40대 재선의원 그룹의 멤버다.

이들은 당무.정책.원내 문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秋의원은 지난달 15일 특검제 수용 얘기가 나온 '소장파 반란' 모임에 참석했다.

모임 참석자들은 그 후 서영훈 대표에게 秋의원을 총재비서실장으로 써줄 것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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