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어린이대공원 민자유치등 변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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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어린이대공원은 볼거리도 없고 놀이기구도 큰 흥미 없어요. "

몇달 전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에 다녀왔다는 서울 서초동 S초등학교 1학년 金예지(8)양. 金양은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어린이대공원은 너무 재미없다" 고 말했다.

1973년 어린이날(5월 5일) 문을 열어 20여년 동안 동심(童心)을 사로잡아온 이곳이 몇년 전부터 어린이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97년 이후 입장객 수가 매년 수십만명씩 줄고 있다.

심지어 입장료를 안받는 어린이 입장객도 97년 2백36만명에서 지난해 2백4만명으로 2년새 32만명이나 감소했다.

주부 洪모(30.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씨는 "내가 어릴 적 흥미진진하게 놀았던 대공원이 우리 아이들에겐 영 흥미를 못 끄는 것 같다" 고 말했다.

또다른 주부 金모(31.경기도 고양시 일산구)씨는 "80년대 모습과 달라진 게 없다" 며 "애들이 좋아하는 동화속 인형들과 쇼 등 다양한 볼거리가 부족하다" 고 지적했다.

84년 설치됐던 '88열차' 는 국내 롤러코스터의 원조. 하지만 이제 낡고 재미없는 놀이기구가 됐다.

98년말부터 서울시로부터 놀이동산을 임대 운영하는 D업체는 지난해만 2억여원의 적자를 봤다.

한때 1천여마리가 넘던 동물원의 사육 마릿수도 현재 88종 5백16마리로 줄었다. 게다가 안전사고까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봄소풍 왔던 서울 W초등교 2년 鄭모(8)군이 미니 궤도차량에서 내리다 뒤따라오던 다른 궤도차에 부딪쳐 숨지기도 했다.

서울시는 96년 사업비 1백89억원을 들여 환경테마공원으로 변모시키는 계획을 세워 재단장을 추진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흐지부지됐다.

서울시는 98년부터 산책로를 넓히고 연못 수질 개선공사를 진행 중이다.

또 낡은 동물원 사육장 등을 개선하고 30여억원의 민간자본을 유치해 동물쇼장도 만들 계획이다.

공원 전문가들은 "놀이공원의 생명 주기상 어린이대공원은 이미 정체기를 지나 쇠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기 위해선 과감한 변신 노력이 필요하다" 고 조언한다.

한양대 관광학과 최승담(崔承淡)교수는 "서울시가 수요자 중심의 적극적 경영보다 안이한 관리에만 치중해온 것도 공원쇠퇴의 한 요인" 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변화하는 어린이들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민자 유치나 민영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고 말했다.

또 하나의 한계는 도시공원법에 의해 녹지공간(60%)을 제외한 놀이공간.동물원.주차장 등의 시설은 40% 내에서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놀이공간을 더 늘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고수석.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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