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강 옛 모습 되찾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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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구시 동구 방촌동 금호강변.

강둑에는 시골에서나 볼 수 있는 흙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강변엔 잔디와 억새.갈대.강아지풀 등이 우거져 있고, 조약돌 사이론 피라미들이 떼지어 다닌다.

'금호강 자연생태공원' 의 모습이다. 하찮게 볼 수도 있는 강변이 대구의 명소로 뜨고 있다. 하루 2천여명이 몰릴 정도로 인기다. 자연관찰을 하는 초등학생에서 강바람을 쐬는 시민들까지 찾는 사람도 다양하다. 화랑교에서 금호강 상류쪽(동쪽)사이 1.4㎞구간의 자연생태공원.

물가에서 둑까지 50~1백20m 너비의 강변에는 잔디밭이 펼쳐져 있다. 물가 자갈밭에는 강아지풀 등이 우거지고, 잔디밭엔 메뚜기.방아깨비가 날아다닌다.

시멘트.돌로 반듯하게 다듬은 여느 강변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옛 시골정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잔디밭 중간 중간엔 느티나무와 참나리.원추리.꽃창포 등 우리나무와 야생초를 심어 '공원' 의 모습도 갖췄다.

강가의 잔디밭 모양도 특이하다. 동구청 직원 조우석(趙雨錫.28)씨는 "강물이 불어날 때 패인 곳, 물이 흐르는 길을 조사한 뒤 높낮이를 살려 잔디를 입혔다" '며 "홍수가 나도 피해가 없을 것" 이라'고 말했다.

환경 친화적인 개발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들이다.

친구들과 생태공원을 찾은 남영석(12.신천초등6)군은 "마치 시골 할아버지댁에 온 것같다" 며 즐거워 했다. 생태공원을 벤치마킹하는 자치단체들도 늘고 있다.

생태공원은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선 뒤 쓰레기로 뒤덮힌 금호강변을 정비하면서 만들었다.

지난해 4월 동구청이 착공해 지난 6월말 완공된 생태공원에는 19억8천만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재정상태가 열악한 자치단체로선 적지 않은 액수다.

하지만 공공근로예산 14억원을 활용해 구청 부담을 크게 줄였다. 생태공원 조성에는 하루 최고 2백여명의 공공근로자가 동원되기도 했다.

영남자연생태보존회 유승원(柳勝元.53)회장은 "동구청의 금호강변 정비는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고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 라고 평가했다.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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