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로스쿨이 성공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가 2008년부터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을 도입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법조인 양성 및 선발 방안을 어제 확정 발표했다. 현행 사법시험은 로스쿨 출범 후 5년간 시행하다 2013년 완전 폐지한다는 것이다.

사개위가 로스쿨을 도입키로 한 것은 우리가 이미 지적했듯이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눈앞에 다가온 법률시장 개방 등을 감안할 때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전문 법조인 양성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사실 로스쿨 제도는 법학 교육의 정상화와 '고시 낭인' 문제의 해결을 위해 1995년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도입이 추진돼 왔다. 하지만 법조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늘리는 선에서 타협점을 찾았다. 그러다 이제 도입안이 확정됐으니 이를 둘러싼 논란은 9년 만에 일단락된 셈이다.

그러나 사개위의 이번 발표는 여전히 많은 불씨를 안고 있다. 그동안 논의 과정에서 위원들 내부는 물론 법학 교수들 사이에서 가장 첨예한 의견 대립을 보이던 로스쿨 입학 정원 문제에 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법률 실무가 출신 교수의 비율, 전임 교수의 최소 인원 등도 정하지 못했다. 또 치열한 유치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인가기준을 교육부 장관이 법원행정처장.법무부 장관.대한변협회장.한국법학교수회장 등과 협의해 정하도록 함으로써 이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이 성공하려면 예비 법학자 양성에 치중돼 있는 현재의 교육과정을 법률 실무가 양성에 맞게 대폭 바꿔야 한다. 또 국내소송뿐 아니라 국제무대에서 뛸 수 있는 전문 법조인을 길러내야 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일본 경제계 인사들이 1990년대 법조계를 향해 "법률분쟁의 80%가 국제무대에서 벌어지고 있음에도 법정에서 벌어지는 20%의 분쟁에만 쓸모가 있다"고 질타했겠는가. 따라서 다양한 학부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전문 변호사 양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짜고 우수 교원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