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고 '진흙탕대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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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유고 연방의 대선과 총선 투표가 24일(현지시간) 일제히 시작된다.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대통령과 야당측은 서로 자신들의 승리를 장담했고 상대방이 부정선거를 하고 있다며 공격을 퍼부었다.

이에 따라 양측의 유혈충돌이 불가피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선거가 끝나는 이날 밤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판세〓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군소 야당 연합후보인 보이슬라프 코스투니차 후보가 밀로셰비치 현 대통령을 7~20%포인트 앞섰다.

그러나 "누가 당선될 것으로 예상하는가" 란 질문에 대해선 응답자의 41%가 "밀로셰비치" (코스투니차는 30%)라고 응답했다.

이는 자신의 선호와 관계없이 어떤 형태로든 밀로셰비치가 재집권할 것으로 여기는 유권자가 많다는 뜻이다.

서방 선거 전문가들은 우선 10만여명에 이르는 군 부재자 표가 대부분 밀로셰비치에 몰릴 것이고, 20% 가량의 부동층 중 상당수가 결국 여당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커 투.개표 과정에서 부정이 없어도 코스투니차 후보의 승리를 장담할 상황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 부정선거 가능성〓야당은 이에 앞서 22일 전국 곳곳에서 밀로셰비치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발견했으며 이미 여당이 85만장 가량의 부정 투표용지를 만들어 놓았다고 주장했다.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 등 서방 언론사 특파원들은 선거 불참 운동이 벌어져 기권자가 많은 코소보와 몬테네그로 지역에서 부정투표 용지가 뭉텅이로 투표함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1997년 대선 때는 밀로셰비치에게 적개심을 품고 있는 코소보지역 알바니아계에서조차 20만표가 그를 찍은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정선거 흔적이 발견됐다.

코스투니차 후보는 선거 당일 부정선거 증거가 잡히면 운동원들과 함께 거리로 뛰쳐나가 곧바로 정권 퇴진운동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으며, 학생운동단체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어 선거 직후 밀로셰비치가 승리를 선언하면 유혈사태로 치달을 수 있다.

◇ 국제사회 우려〓유고 정부는 22일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 특파원 등 외신기자 10명을 추방했다.하지만 유엔은 같은 날 선거 참관인 2백명을 코소보 지역 등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도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 안보회의에서 "부정선거를 좌시하지 않겠다" 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나 유고 정부는 앙골라.이라크.중국 등 52개 친(親) 유고 국가에서만 참관인을 받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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