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전공 상관없이 4년제 졸업하면 지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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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로스쿨 제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현행 사법시험 제도를 그대로 두고는 매년 수만명의 젊은이가 사법시험 준비에 매달리는 '고시 만능주의'를 없앨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또 대학에서 다양한 전공분야를 공부한 사람들에게 법률지식을 가르쳐 법조인으로 선발하는 게 대학교육의 정상화는 물론 법조인력의 전문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받아들여진 것이다.

지금까지는 사법시험에만 합격하면 법조인이 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고시촌에 몇년씩 파묻혀 사법시험 준비에만 몰두하는 '고시 폐인'이 속출했다. 게다가 최근에는 비 법대생들까지도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사례가 늘면서 '대학이 사법시험 준비학원으로 전락했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실제로 1991년 1만2900여명이었던 사법시험 응시생이 지난해 2만4400여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점에서 로스쿨 제도는 사법시험에 비해 훨씬 체계적.전문적으로 법조인을 양성할 수 있다는 것이 사개위 측의 설명이다.

사개위가 내놓은 로스쿨 도입안에 따르면 앞으로 변호사.판사.검사 등 법조인이 되려면 반드시 3년 과정의 로스쿨을 졸업해야 한다.

로스쿨은 2008년도에 첫 입학생을 받아 6학기(3년) 과정이 끝나는 2011년부터 법조인을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대학 1학년생이 졸업할 때 로스쿨이 생긴다고 보면 된다.

또 로스쿨 졸업생들만 변호사 자격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2011년에 첫 변호사 자격시험이 치러진다.

현행 사법시험 제도는 2012년까지만 실시되고 2013년에 완전히 폐지된다. 특히 로스쿨 수료생이 배출되는 2011년부터 2년간은 사법시험 합격자수를 현행(1000명)보다 크게 줄여야 한다는 게 사개위 측의 입장이다. 이 기간엔 변호사 자격시험을 거친 법조인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현행 사법시험을 당장 폐지하지 않고, 2012년까지 유지키로 한 것은 그동안 사시를 준비한 응시생들이 변호사 자격시험을 치르지 못해 법조인이 되지 못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로스쿨 입학에는 나이 제한이 없으며, 학사학위가 있으면 된다. 각 대학은 적성시험, 학부 성적, 어학 능력, 사회활동 경력 등을 종합해 신인생을 선발한다.

사개위 홍기태 간사는 "적성시험은 미국의 로스쿨 입학시험(LSAT)과 비슷하게 치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단순히 법률적 지식이 있느냐보다 법학을 배울 수 있는 수리.논리력이 있느냐가 주요 평가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정원 놓고 논란 일듯=로스쿨 연간 정원을 둘러싸고 법조계와 대학.시민단체 사이에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로스쿨 연간 정원이 사개위가 다수안으로 채택한 약 1200명으로 확정될 경우 로스쿨 인가를 받는 대학은 7~8개 대학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에 법과대학 또는 법학과가 설치된 대학은 97개나 된다.

서울대 신동운 교수는 "1200명으로 결정되면 수도권 중심의 몇개 대학에만 로스쿨이 인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이는 사법의 지방분권화에 역행하고, 훌륭한 법률가의 양성을 사전에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소한 2000명은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로스쿨 정원 문제는 법조인 수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 대한변협이 로스쿨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참여연대 조국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1200명으로 묶자는 것은 국가가 변호사 수를 제한하겠다는 논리"라며 "이는 편리하게 법률서비스를 받아야 할 국민에 대한 권리침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로스쿨 입학이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만큼 어려워져 고시 낭인(浪人) 대신 로스쿨 입시 낭인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로스쿨 제도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앞으로 법조인이 되려면 로스쿨 과정을 마쳐야 하는 만큼 경제적으로 여력이 없는 계층이 법조인이 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대한변협 김갑배 법제이사는 "로스쿨을 졸업해야 변호사 자격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기회균등의 원칙에 어긋한다"며 "서민층이 비싼 로스쿨 학비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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