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프리뷰] 우리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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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삐딱한 동생 역을 맡은 원빈(左)과 모범생 형을 연기한 신하균.

양보는 대개 형의 몫이다. 동생은 그래서 형에 대한 부채의식을 품고 살아간다. 그게 보통의 형제다.

8일 개봉하는 한국영화 '우리형'(감독 안권태)은 그 관계가 뒤바뀐 형제의 이야기다. 형 같은 동생과 동생 같은 형, 그들이 운명으로 정해진 형제의 순서 때문에 겪는 갈등과 화해가 펼쳐진다.

연년생으로 태어난 주인공 형제 중 형은 구순구개열(속칭 언청이)이라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다. 그래서 모든 게 달라졌다. 형의 부족한 '2%' 때문에 가족의 삶이, 특히 동생의 운명이 바뀌었다. 일수놀이를 하며 홀로 억척스럽게 두 아들을 키우는 어머니는 늘 큰아들 생각뿐, 동생은 뒷전이다. 새 옷을 사도 형 것 한 벌뿐이고, 도시락을 싸도 형 쪽에만 소시지 부침이 들어간다.

끔찍이도 자신을 아끼는 어머니에 대한 생각 때문에 형은 1등을 놓치지 않는다. 반면 어려서부터 좀 삐딱했던 동생 역시 고등학교에서 1등을 빼앗기지 않는다. 비록 공부가 아닌 싸움에서지만.

형의 소원은 늘 자신을 동생처럼 취급하는 동생이 한번만이라도 자신을 형이라고 불러주는 것. 하지만 동생은 학교에 한해 늦게 입학해 자신과 동급생이 된 형의 소망을 철저히 외면한다.

형제의 갈등은 둘이 동시에 한 여학생에게 연정을 품게 되면서 더욱 커간다. 그리고 고교 졸업과 동시에 의대생과 깡패라는 두 길로 갈 길이 달라지면서부터 둘은 대화조차 어색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핏줄, 즉 세포 속의 유전자 정보를 나눈 형제는 갑작스럽게 덮친 집안의 불행을 계기로 가슴 속에 묻어놓았던 서로에 대한 사랑을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다. 함께 겪은 성장의 기억이 그들을 한데 묶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는 비극적 결말이 숨겨져 있는 마지막까지 형제와 어머니를 줄곧 비추며 전개된다.

'태극기 휘날리며'에서도 주인공 형제 중 동생을 연기했던 원빈은 사고뭉치지만 가슴 따듯한 동생 역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연기파 배우 신하균 역시 어눌하지만 속 깊은 형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

하지만 가장 뛰어난 연기는 어머니 역을 맡은 김해숙에게서 나왔다. "다음에도 누가 느그 둘 중에 한 사람이라도 괴롭히면 같이 때려주라. 그기 형제다"라는 대사에 어머니의 마음이 그대로 묻어났다.

형제와 어머니의 마음을 잘 드러낸 시나리오도 장점이다. 주먹질도 제대로 못하면서 동생의 싸움 상대에게 달려드는 형, 자신의 여자친구를 형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조용히 풋사랑을 포기하는 동생, 그리고 "자식 둘 길러보니 그렇더라. 하나는 남편 같고, 또 하나는 자식 같은 기라"라고 말하는 어머니까지 모두 감성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15세 관람가.

이상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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