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도 관심 쏟는 코리안의 재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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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호 10면

중앙SUNDAY에 실린 ‘한국인 상대론 생존 힘들어, 중국인 상대로 체질 개선 중’ 기사가 나간 후 제법 많은 전화와 e-메일을 받았다. <1월 10일자 10면> 이 글이 신화통신(新華通信)이 발행하고, 중국에서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참고소식(<53C2>考消息)’ 인터넷판에 전재(轉載)됐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환구시보(環球時報)의 환구망(1월 14일자), 홍콩 봉황TV의 봉황망에도 게재됐다.

취재후기

이 기사가 한국 사회뿐 아니라 중국 쪽에도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 대륙에서 재기를 모색하는 ‘우리의 얘기’였기 때문이리라. 한국인들도 요즘 가족·친지 가운데 공부 또는 사업을 위해 중국에 나간 한두 명의 지인을 갖고 있는 시대다. 중국은 올해 한국 관광객 500만 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런 만큼 한·중 양국의 상대방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절감한 대목은 자영업자와 대기업이 느끼는 체감온도와 운명의 엇갈림이었다. 베이징의 한인타운 왕징(望京)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장사하는 자영업자들은 ‘구조조정’을 당하는 입장에서 ‘체질 개선’을 부담스럽게 여겼다. 반면 대기업 관계자들은 시스템이 잘 갖춰진 덕택인지 “금융위기를 통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한국 본사와 최고위층도 확실히 인식했다”고 말했다. 한국 본사의 이해와 지원이 확대되길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놀랍게도 대기업들은 비즈니스뿐 아니라 최근 중국 학계의 한국 관련 동향을 웬만한 연구소처럼 꿰고 있었다. 예를 들면 한국 상품의 브랜드 파워와 연관된 ‘한류’의 동향 같은 것이다. 한류 흐름을 연구하는 학자와 기업인들은 TV 드라마보다 영화의 파급 효과가 더 크다고 분석했다. 잘 새겨둘 부분이다.

중앙SUNDAY 1월 10일자 10면(왼쪽) 기사가 전재된 중국 일간지 ‘참고소식’ 인터넷판.

기사에 다 담지는 못했지만 ‘한국인 100만 명 시대’에 대비한 준비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외국인에게 시민권이나 ‘그린 카드(영주권)’를 쉽게 주지 않는 중국에서, 그들 중 대부분은 유학 비자나 2년짜리 사업 비자에 의지해 항상 신분 불안을 안고 살 것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한국 정부가 해결할 몫이다.

왕징은 한국인의 현대판 ‘디아스포라’ 과정을 압축하는 현장일 수 있다. 1998년에 아파트촌이 생기면서 형성된 왕징 한인촌은 수많은 시행착오가 쌓인 한인 진출 역사의 일부다. 이곳에서 10년 넘게 사는 한 교민은 “중국은 선진국보다 입국하기 쉬워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온다. 한국에서 살기 힘들어 오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 보니 교민사회 자체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불안정하다”고 진단했다. 인터뷰 도중 혐한증, 유학생들의 취업, 한국 사람들의 대중(對中) 편견 등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번 기사를 계기로 92년 한·중 수교 이후 누적돼온 중국 진출의 약점이 개선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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