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bile 시대] 정보, 언제어디서나 주고 받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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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61면

한 이동통신 회사에 근무하는 이재경(25.여)씨. 외근이 잦은 이씨는 얼마 전부터 노트북 컴퓨터에 꽂기만 하면 전국 어디서나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무선 모뎀을 사용하고 있다.

"승용차.카페, 심지어 숲속이나 해변에서도 무선 모뎀이 장착된 노트북만 있으면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죠. 남의 사무실에서 전화선이나 컴퓨터를 빌려 쓰려고 아쉬운 소리 할 일이 이젠 없습니다."

무선 모뎀을 이용해 어디에서든 e-메일 교환 등 각종 업무를 사무실에서와 다를 바 없이 처리하고 있는 이씨는 "속도가 초고속 인터넷에 비해 아직 느린 게 불만이지만 장소와 시간의 제약없이 간편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어 쓸수록 매력적" 이라고 말했다.

이씨처럼 노트북용 무선모뎀을 이용하는 국내 인구는 올해 말이면 10여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는 모바일 시대. 정보가 살아 움직이며 24시간 우리 주위를 떠돌고 있다.

일등 공신은 역시 무선이동통신과 그에 기반한 무선 인터넷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이다.

사무실.도서관.자택으로 한정돼 있던 정보 검색.교환의 공간이 무제한으로 확장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보를 얻거나 전달할 수 있게 됐고, 이런 이점을 적극 이용하려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한 벤처기업 경영기획실에서 일하는 회사원 배호(32)씨. 결혼을 앞둔 그는 요즘 약혼자와 데이트 전에 휴대전화를 손에 잡는 경우가 많다.

"개봉관 시간표 등 영화 상영 정보를 얻기 위해 이동전화업체가 제공하는 정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편하고 빠르잖아요. "

영화 정보뿐만 아니다. 배씨는 "교통정보.주식시세 등 각종 정보를 얻기 위해 이동전화 단말기를 수시로 들여다 본다" 고 말했다.

배씨처럼 단순히 통화보다는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 이동전화를 이용하는 이들도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갈수록 늘고 있다.

올해 안에 이동전화 단말기 등으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는 국내 인구가 1천만명을 돌파하고 2~3년 안에 PC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용자보다 무선 인터넷 이용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이처럼 '정보는 움직이는 것' 이라는 인식이 대세로 굳어지면서 대형 포털.커뮤니티 사이트 등 국내 닷컴 기업들의 이동전화 단말기를 위한 무선 인터넷 콘텐츠 개발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야후 코리아.다음.MSN.프리챌 등 대표적인 닷컴 기업들이 무선 인터넷 고지 선점에 사활이 걸려 있다는 판단에 따라 무선 e-메일.채팅 서비스는 물론 뉴스.금융.쇼핑.영화 등 각종 콘텐츠 제공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통신프리텔 이선주 과장은 "아직 유선 인터넷보다 무선 인터넷의 속도가 떨어지고 콘텐츠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런 차이가 사라지는 것은 시간 문제" 라며 "기업은 물론 개인도 움직이는 정보를 얼마나 이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 정보화 시대에 명암이 엇갈릴 것이 분명하다" 고 분석했다.

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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