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 지음, 청아출판사
284쪽, 1만3000원
양반 아버지와 양민 어머니 사이의 서자(庶子)와 노비를 비롯한 천민 어머니에게서 태어나는 얼자(孼子). 이들을 아우르는 ‘서얼’은 태어나면서부터 많은 제약을 받으며 살아야 하는 반쪽짜리 신분이었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온전한’ 주인공이다. 『나는 조선이다』『다시 발견하는 한국사』를 썼던 저자는 서얼들의 역사, 글과 일화를 망라한 『규사(葵史)』등 사료에 근거해 역사의 그늘에 있던 서얼들을 조명했다.
조선 500년을 통틀어 가장 성공한 서얼로 꼽히는 유자광(1439~1512·세조·연산군 때의 문신)의 삶은 수없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초특급 롤러코스터’였다. 유자광은 타고난 신분을 넘어서 타고난 생존본능, 즉 동물적인 직감과 완력, 탁월한 화술로 다섯 임금을 섬기며 총애를 받았다. 비록 후세에 떳떳한 롤 모델은 아니었지만 서얼들에게는 희망을 심어준 ‘어둠속의 영웅’이었단다. 서얼녀로 태어났으면서 정경부인까지 지낸 정난정( ? ~1565)), 임진왜란 당시 용감하게 싸우다 목숨을 잃은 유극량(? ~1592), 자신의 불운한 처지를 학구열로 풀어낸 이덕무 등도 있다.
조선은 사회의 안정을 위해 적서 차별을 유지했다. 서얼의 희생 따위는 당연하게 여겼다. 저자는 서얼은 “조선 사회와 결혼제도의 부조리가 수 백년 년에 걸쳐 만들어낸 ‘기형적인 계층”이라고 꼬집었다 “서얼의 삶 자체가 자신들의 한계에 도전해야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설명이다.
이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