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일정 올스톱 … 아이티 지원에 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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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미국의 아이티 피해복구 지원이 전광석화처럼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지원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등 진두지휘에 나섰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오세아니아 순방일정마저 뒤로 미뤘다. 이례적일 정도로 강력한 미국의 아이티 ‘올인’ 지원을 놓고 국제사회에서 과거와 달라진 미국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오바마의 의중이 담겼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바마는 13일(현지시간) 에너지 일자리 창출과 관련한 메릴랜드주 출장 일정을 취소하고 아이티 문제에 매달렸다. 그는 TV 생방송 기자회견에서 “아이티에 전폭적이고 확고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 국방부는 대형 수륙양용 선박과 헬리콥터·수송기 등을 통해 해병대 병력 2000명을 비롯, 구호 작전과 치안 유지를 위한 전문인력을 아이티로 급히 파견했다. 3500명 규모의 공수부대원은 14일 현지로 출발했다. 버지니아주 노퍽 기지에 정박 중이던 항공모함 칼 빈슨호도 이동을 시작했다.

국제적 지원 공조도 주도하고 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13일 “오바마 대통령이 르네 프레발 아이티 대통령과 직접 통화할 것이며, 구호활동 지원을 위해 다른 나라 정상들과도 통화해 협조를 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부터 유엔의 아이티 특사 임무를 수행 중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유엔이 아이티 국민의 구조와 구호, 회복과 재건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다할 준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원조를 통한 이미지 개선과 다른 나라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을 복구하려는 오바마의 ‘스마트 파워’ 외교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13일 “아이티에 대한 미국의 대응은 중남미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미국과 오바마의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남미 담당 국무부 부차관보를 지낸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피터 드샤조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전통적으로 아이티에 대한 최대 공여국이었고, 신속한 지원에 나선 데에는 건국 초기 많은 수의 아이티 사람들이 미국에 정착하는 등 두 나라 간 오랜 역사적 교류에 배경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오바마가 대선 과정에서 2005년 미 남동부 지역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재난 때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실한 대응을 강하게 공격했다”며 “아이티 사태 대처가 굳건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지면 오바마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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