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이 전달 박재경대장 짧은 체류 긴 여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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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정일 국방위원장 특사로 11일 서울을 방문한 김용순 노동당 비서 일행 8명 중 가장 관심을 끈 인물은 단연 박재경(67)대장. 그러나 그는 '칠보산 송이버섯 전달' 을 마치고 6시간 만에 평양으로 귀환, 아쉬움을 남겼다.

현역 대장이 과연 송이버섯 전달만을 위해 서울에 왔을까. 이에 대해 북측과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송이 채취가 김정일 위원장의 직접 지시로 이뤄졌고▶채취 장소(칠보산)가 인민군의 엄격한 통제하에 있으며▶송이의 생산.수출 등이 인민무력부 소관이라는 점 등을 배경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朴대장의 방문에 송이 전달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세종연구소 이종석(李鍾奭)연구위원은 "형식과 논리를 중시하는 북측에서 군인들이 채취한 물품을 군의 대표가 남측 고위 인사들에게 전달한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 이라며 "군사분야 논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朴대장은 金위원장의 최측근 인물로 북한 내 비중이 김용순 비서에 버금갈 정도" 라며 방한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도 "앞으로 있을 군사분야 논의에 대한 북측의 적극적인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여 고무적" 이라고 평가했다.

조선인민군 총정치국 선전담당 부총국장인 朴대장은 조직담당 부총국장인 현철해 대장과 함께 군부의 핵심 실세로 알려진 인물.

함북 출생으로 김일성정치대학을 나온 그는 지난 3월 金위원장의 평양 주재 중국대사관 방문 때도 수행하는 등 1998년부터 99년 9월까지 무려 73회나 金위원장을 수행했다.

한편 국방부는 朴대장의 짧은 방문시간 중 조성태 국방부 장관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무산됐다.

11일 오후 신라호텔에서 열린 송이버섯 전달식 후 김종환(金鍾煥.육군중장)국방부 정책보좌관이 朴대장에게 귓속말로 "趙장관이 잠깐 뵙자고 한다" 며 말을 건넸다. 趙장관은 호텔 내 모처에 대기 중이었다.

朴대장은 잠시 머뭇거리다 "제 임무는 송이 전달뿐입니다. 일이 많아 평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라며 끝내 거절하는 바람에 이뤄지지 않았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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