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특사와 수행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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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11일부터 3박4일간 서울을 방문한 김용순 노동당 비서는 북한 대남사업 총책으로 金위원장의 최측근 인사다.

그는 지난 6월 14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전 환담하는 자리에 북측 인사로는 유일하게 배석해 그 위상을 과시하기도 했다.

또 金위원장이 '용순 비서' 라고 이름을 부를 정도로 각별한 애정과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金비서는 현재 ▶노동당 통일전선 사업 담당▶조선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조국통일평화위원회 부의장 등의 직함에서 알 수 있듯이 명실상부한 대남정책 사령탑이다.

지난 1일 2차 남북 장관급 회담 당시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을 함남 동해안지구 초대소로 안내, 金위원장과 단독회담을 성사시켜 난항을 거듭하던 회담에 돌파구를 마련해줬다.

1961년 평양 국제관계대학 졸업 후 당 국제부 과장-부부장-부장으로 초고속 승진한 뒤 84년 당 국제담당 비서를 거쳐 92년 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으로 임명됐다.

임동옥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도 눈길을 끄는 인물. 그는 金비서의 대남정책을 보좌해 온 실무책임 실세로 '임춘길' 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임부부장은 6.15 남북 공동선언문 서명식 때도 배석했으며 남북회담에도 자주 참석, 남한 사정에 정통한 인물이다.

통일전선부 지도원-부과장-과장 등을 거쳐 88년께 부부장으로 승진했으며 98년 7월 최고인민회의 제10기 대의원으로 뽑혔다.

실무급 수행원 가운데 낯익은 인물은 권호웅 지도원. 북한의 차세대 회담일꾼으로 지난 4월 정상회담 비공개 특사접촉과 준비접촉, 1.2차 남북 장관급 회담 등 각종 회담에 실무진으로 맹활약했다. 그동안 '권민' 이라는 가명을 사용해 왔다.

한편 김용순 비서와 남측 파트너인 임동원(林東源) 대통령 특보는 둘다 1934년생으로 나이도 같다. 군출신인 林특보가 치밀하고 다소 고집이 센 반면 외교관 출신인 金비서는 호탕하고 선이 굵다는 점이 틀리다. 굵직한 남북관계 현안은 남북 최고 지도자의 오른팔인 두 사람 손에서 합의되고 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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