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가볼만한 무용 '브레이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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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우리 고유명절 추석이라고 해서 꼭 국악가락을 반주로 한 우아한 한국춤을 감상해야만 제맛은 아니다.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등 대형 공연장이 잠시 휴식에 들어간 지금 화끈한 브레이크 댄스를 보는 것도 연휴를 즐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면 댄스 퍼포먼스 '브레이크!' 가 펼쳐지는 서울 올림픽공원 내 역도경기장을 한번 찾는 것은 어떨까.

연휴 기간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17일까지 계속하는 '브레이크!' 는 마돈나와 재닛 잭슨.휘트니 휴스턴 등 세계적인 팝 스타들과 함께 무대에 섰던 백댄서들의 화려한 브레이크 댄스를 모은 공연이다.

미국 브로드웨이가 엄청난 예산을 쏟아부은 대형 뮤지컬들로 채워져 있다면 여기서 조금 벗어난 오프 브로드웨이는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저예산 퍼포먼스들이 많다.

'브레이크!' 는 후자에 속하는 공연이다. 오프 브로드웨이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공연 페스티벌인 영국 에딘버러 페스티벌에 참가해 단숨에 개런티를 껑충 올려 놓았다.

지금은 세계적 명성을 얻은 인기 퍼포먼스로 부상했지만 '브레이크!' 탄생 배경은 연출가인 스티브 러브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했다.

비주류에 속한 댄서들과 함께 춤을 추던 러브는 뒷골목 춤을 무대화하면 어떨까 하는 재미있는 상상을 했다.

아크로바트를 연상시키는 격렬한 길거리춤이 유명 댄스가수들의 백댄스로 각광받을 수 있었다면 다시 이 춤을 독자적인 무대예술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

그래서 러브는 세계 최고 수준의 브레이크 댄서를 한데 모아 '브레이크!' 를 선보였고,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러브의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는 역시 댄서들의 실력이다.

몇몇 출연진의 면면만 보아도 마이클 잭슨의 개인 안무 강사로 영화 '캡틴 EO' 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던 제임스 재지 에버렛과 '힙합의 제왕' 으로 불리는 로저 지 등 이름만으로도 브레이크 댄스 열성팬들을 사로잡는다.

9~13, 16~17일 오후 3시.7시(9일 낮, 11일 저녁 공연 없음), 14~15일 오후 7시30분.

02-501-7888.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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