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전자책 막아라” 똘똘 뭉친 일본 출판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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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일본 출판업계가 미국 아마존의 전자서적 ‘킨들’ 때문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이 킨들의 일본어판을 내놓으면 일본 출판사들이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단샤(講談社)·쇼각칸(小學館)·신초샤(新潮社) 등 21개 출판사는 다음 달 ‘일본 전자서적 출판사협회’를 발족시키기로 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13일 보도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이들이 이례적으로 뭉친 것은 저작권법이 ‘저술의 디지털화에 대한 권리는 저자에게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어서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아마존이 저자에게 직접 교섭해 전자서적의 출판권을 얻으면, 그 책을 처음 간행한 출판사는 아무런 손을 쓸 수 없다”고 우려했다. 아마존이 디지털 인세를 종이책 인세보다 더 많이 지불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올 경우 자금력이 약한 일본 출판업계는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응해 공동의 전자서적 회사를 만들어 아마존의 공략을 사전 차단하자는 것이 일본 출판업계의 구상이다. 출판사들은 일본 정부에 제도적 지원을 요청하고, 저자들로부터 서적의 디지털화 권리를 확보해나갈 방침이다. 이들 출판사는 전자서적의 디지털 규격을 통일하는 작업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 전자서적 시장은 2008년 464억 엔에 달했으며, 앞으로 5년 내 3000억 엔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공동 전자서적 협회를 만들기로 한 21개사는 만화를 빼면 일본 출판 시장 매출의 90%를 차지한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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