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무승부 땐 패배라니, 감독들이 화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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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성근 감독

프로야구의 승률 계산 방식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2일 8개 구단 사장단 모임인 이사회를 열고 “무승부를 패배로 간주하는 방식을 2010년에도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현장 사령탑인 각 구단 감독들의 반발이 거세다.

◆비기는 것이 지는 것?=12일 이사회에서는 삼성·두산·롯데가 “무승부 없는 끝장 승부가 최선이지만 여건상 그게 안 된다면 ‘무승부=패’인 지금 방식이 차선”이라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무승부 가능성을 최소화하자는 의미다. 지난해 나름대로 효과를 거두었고 시행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아 현행대로 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무승부와 승률 계산 방식은 ‘2007년 승/무승부를 뺀 경기수→2008년 무제한 연장전→2009년 연장 12회 제한, 무승부=패배’로 매년 변경됐다. 2007년 무승부는 12차례였으나 ‘무승부=패’가 시행된 지난해에는 10회로 다소 줄었다.

◆현장의 거센 반발=지난해부터 김성근(68) SK 감독을 비롯한 대다수 감독은 ‘무승부=패’에 대해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에서 누가 지기 위해 경기하느냐. 연장 12회까지 고생했는데 양팀 모두 패배라면 말이 되느냐”라는 의견이었다. 2007년 승률 방식으로 돌아가거나 무승부에 0.5승을 주는 방안을 요구했다.

김성근 감독은 이사회 결정에 대해 “지난해 문제점이 드러났는데도 계속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고 김시진 히어로즈 감독은 “현장에서 그렇게 반대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 감독자회의가 무슨 소용 있느냐”고 반발했다. 한대화 한화 감독도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되는 제도”라고 거들었다. 김성근 감독은 “각종 의사 결정 과정에서 현장의 목소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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