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의 역동적인 선, 현대차에 많은 기회 가져다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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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자동차 디자이너로 성공하려면 좋은 미술 대학을 나와 디자인 테크닉을 키우는 것보다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열정이 중요하다.”

11일 개막한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만난 포드의 글로벌 디자인 헤드(총괄)인 제이 메이(50·사진) 부사장은 “자동차 디자이너는 창조성과 보편성을 결합하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창조적으로 사물을 관찰하는 눈을 갖추면서도 10년 동안 매일 봐도 질리지 않을 보편적 디자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동차 업계의 디자인 헤드 가운데 드문 미국인(오클라호마 태생)이다. 캘리포니아 아트 센터를 졸업하고 1980년 아우디에 입사해 97년 포드로 옮기기 전까지 폴크스바겐·BMW 등 독일 업체에서 외관 디자인을 담당했다. 이런 경력으로 인해 그가 디자인한 포드 차에서는 독일 스타일이 많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대표작으로는 아우디의 컨셉트카 아부스, 폴크스바겐의 뉴비틀이 꼽힌다. 2002년에는 하버드 디자인 스쿨에서 선정한 ‘올해의 디자이너’에 뽑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역동적인 선이 특징인 포드의 대형차 토러스 디자인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토러스는 미국에서 월평균 7000대씩 팔리며 인기를 끌고 있다.

메이 부사장은 최근 현대차의 신형 쏘나타를 세밀하게 분석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현대차가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은 독특한 마케팅도 있었지만 글로벌 추세에 맞는 좋은 디자인이 한몫했다”며 “쏘나타는 앞으로 현대차에 큰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쏘나타는 역동적인 선과 균형잡힌 디자인이 좋지만 뒷모습이 BMW와 비슷하고 앞부분은 또 다른 유럽차 냄새가 나 현대차만의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부족한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에서는 그동안 유럽에서 잘 팔리던 5도어 해치백 등 소형차의 판매가 늘고 있다. 메이 부사장은 “4도어 세단을 좋아하던 미국인들이 그동안 거부감을 가졌던 해치백을 선호하기 시작했다”며 “인터넷을 통해 세계 자동차 디자인 추세를 누구나 접할 수 있었던 게 변화의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럽형 디자인에 맞서서 가장 미국다운 디자인으로 포드의 머스탱과 F시리즈 픽업 트럭을 꼽았다. 유럽식의 정교한 균형미보다는 실용적이고 큰 선을 통해 시원한 맛을 주는 게 특징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세계 자동차 디자인은 영국 런던의 왕립아트학교(RCA)와 캘리포니아 아트 센터가 좌우하고 있다. 메이 부사장은 “RCA는 유럽의 다양하고 역사가 깊은 전통을 흡수하고 융합한다는 점에서 아트 센터보다 장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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