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김영남 파문' 진화 노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프랑크푸르트.워싱턴〓유재식.김진 특파원, 뉴욕〓김진국 기자]북한 김영남(金永南)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일행의 갑작스런 귀국으로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북 정상급 회담이 무산되자 한.미 양국 정부는 이에 따른 파문이 확산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 "남북관계엔 별 문제가 없으며 북.미 관계가 우려된다" 면서 "그러나 양국 모두 근본적으로는 악화를 바라지 않아 관계는 곧 재개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북한 김영남 상임위원장 일행은 6일 오전 베이징(北京)에 도착해 이날 오후 평양으로 간 것으로 확인됐다.

◇ 파문 확산 차단〓조 록하트 미 백악관 대변인은 5일 "미국은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북한이 참석할 것을 기대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를 유감으로 여기고 있으며 그들이 북한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한 것도 불행한 일" 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북한 대표단이 우리측의 절차를 잘 모른 것과 (독일)현지에서 북한 대표단에 대해 익숙舊?않은 점이 겹쳐 문제가 생겼다" 고 해석한 뒤 "이로 인해 미.북간 대화가 영향받지 않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남북관계 개선을 자신의 큰 공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빌 클린턴 대통령이 7일의 리셉션에 '불량국가' 중 유일하게 북한 金위원장을 초대한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면서 "미국은 대북관계 악화를 바라지 않고 있다" 고 설명했다.

한편 김대중 대통령은 7일로 예정된 클린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남북관계에 대한 설명과 함께 이번 사태 수습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하중(金夏中)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북한과 미국의 접촉으로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 오해가 풀리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면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희망하는 미국측 뜻이 북측에 전달되면 (관계진전이)빨리 재개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말했다.

이에 앞서 박준영(朴晙瑩)청와대 대변인은 "金대통령과 金위원장의 회담이 이뤄지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면서 "이번 일로 북.미관계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고 강조했다.

◇ 북한.일본 반응〓북한은 외무성 성명에서 "국제적 관례에도 벗어나고 국가대표에 대한 의례와 도덕도 무시한 날강도적 행위는 주권국가의 자주권에 대한 모독이며 유엔과 새 천년 수뇌자회의에 대한 도전" 이라고 맹렬히 비난했다.

북한은 또 "미국의 대조선 적대정책이 변하지 않았고, 보다 비열하고 교활한 수법으로 심화됐음을 보여준다" 며 "미국은 우리 인민의 존엄을 건드린 대가가 얼마나 비싼가를 똑똑히 알게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나카가와 히데나오(中川秀直) 일본 관방장관은 6일 오전 기자회견에서 "7일 뉴욕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와 金위원장간에 회담을 갖기로 했으나 무산돼 유감" 이라고 밝혔다.

◇ 책임 논란〓남북 정상급 회담이 어처구니 없이 무산된 것은 미국 항공사의 외교관례를 무시한 과잉검색에다 북한의 감정적 대응이 겹쳤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이번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는 소위 '불량국가' 로 지목된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이나 이란의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도 참석했다.

그러나 북한 대표단 일행의 경우와 같은 과잉검색 시비는 없었다.

게다가 북한 대표단이 유엔 정상회의 참가 사실을 밝힌 마당에 상의와 신발까지 벗기는 검색을 한 것은 과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대표단도 감정을 앞세워 한국의 金대통령을 비롯해 여러 국가원수들과의 회담일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점에서 성급한 대응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