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로씨 흉기 소동…여자문제로 드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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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9월 귀국한 재일동포 무기수 출신 권희로(權禧老.71)씨가 여자 문제로 난동을 부려 경찰에 입건됐다.

權씨는 3일 오전 11시쯤 부산시 동구 범일동 한양아파트 安모(46)씨 집에서 평소 친하게 지내던 安씨의 부인 朴모(43)씨 문제로 安씨와 승강이를 벌이던 중 턱을 다쳐 부산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權씨는 경찰이 출동하자 커튼 등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權씨는 경찰에서 "오늘 아침 朴씨가 전화로 '남편이 나를 감금해 놓고 있다. 나와 당신을 죽이려 한다' 고 해 죽창을 가지고 가서 나를 죽이라고 했다" 고 말했다.

權씨는 지난달 30일에도 安씨 집에서 흉기와 휘발유를 들고 난동을 부린 것으로 드러났다.

安씨는 경찰에서 "權씨에게 집안 일에 간섭하지 말고 아내도 만나지 말라고 몇차례 주의를 줬으나 權씨를 죽이려 한다는 말은 과장돼 전달된 것" 이라고 말했다.

權씨는 지난해 9월 7일 귀국한 이후 자비사 신도인 朴씨가 자비사에 안치된 자신의 어머니(朴得淑씨)영정에 꽃을 바치면서 알게 됐다. 이후 權씨는 朴씨의 꽃집(부산시 범일동)에 자주 놀러다녔고, 權씨가 일본에서 옥중결혼한 敦모(52)씨가 지난 4월 25일 權씨의 돈 5천8백만원을 갖고 도망간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權씨는 경찰에서 朴씨와는 함께 여행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고 말했다. 敦씨와는 정식 이혼을 하기 위해 부산지방법원에 소송을 한 상태다.

權씨는 매달 일본 가족들이 보내주는 3백만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생활비 중 일부는 불쌍한 노인을 돕는데 쓰고 있으며, 특히 길거리를 가다가도 구걸하는 노파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돈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김관종.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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