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레이스] 5% 부동표가 백악관 새주인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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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오는 11월에 있을 미 대선이 20년 만의 최대 접전이 될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의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가 부동표를 잡기 위해 피 말리는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제로 투표에 참가할 것으로 보이는 유권자 1억3백만명의 95% 이상이 이미 지지 대상을 정한 것으로 분석한다. 따라서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약 5백만명이 두 후보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두 후보가 치열하게 접전 중인 미시간.위스콘신.플로리다 등 중서부와 남부 10~15개 주의 1백만명이다. 부동층은 공통적으로 45~64세의 기혼자가 많고 1996년 대선때 클린턴을 지지했으며 절반 이상이 여성이다.

두 후보의 부동층 공략전략은 차별성이 있다. 부시는 사회보장제도의 민간화 등을 주장하면서 좀더 젊고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부동층을 적극적으로 공격한다.

지난주 접전 지역의 하나인 오하이오주를 방문한 부시는 톨리도 공항에서 연간 수입 5만달러의 '평범한 4인 가족' 으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그는 "보통사람들이 내가 주장하는 감세정책의 수혜자가 되도록 노력하겠다" 며 큰소리쳤다. 그가 1백여곳의 학교를 들르며 지난주 내내 교육문제를 들먹인 것도 여성 부동표가 전통적으로 교육환경 개선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의식한 것이다.

반면 고어는 마약이나 의료보장문제를 강조한다. 경제적으로 다소 어렵고 나이가 많은 부동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TV광고에서도 이같은 차이가 나타난다.

민주당 전당대회 이후 두 후보의 TV광고에 등장한 인물은 부시측은 청소년이 40명, 성인이 18명, 노인이 15명이었다.

반면 고어측은 청소년이 23명, 성인이 56명, 노인이 25명이었다. 고어측이 좀더 나이가 든 유권자를 겨냥하고 있다는 뜻이다.

두 후보는 앞으로 각각 6천8백만달러를 연방정부로부터 지원받아 선거자금으로 쓸 예정이다.뉴욕타임스는 "이 돈이 모두 부동표 공략에 집중되면 한표당 1백36달러를 쏟아붓는 셈" 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선거전문가들은 "부동표를 결정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단언할 수 없다" 며 마지막까지의 치열한 접전을 예상한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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