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동포 밀입국 급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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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태풍 '프라피룬' 때문에 집채만한 파도가 일던 지난달 31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앞바다.

중국선적 1백t급 화물선 요대K운호를 타고 밀입국을 기도하던 중국동포 82명은 배가 암초에 부딪치면서 침몰하자 헤엄쳐 가거도로 올라왔다가 경찰에 모두 붙잡혔다.

이보다 사흘 전인 지난달 28일 오전 5시쯤에는 전남 거문도 앞바다 공해상에서 중국동포 86명을 태운 중국 단둥(丹東)선적 기선저인망 요동호가 해경에 적발돼 중국 공안당국에 인계됐다.

외환위기 사태로 주춤했던 중국동포 밀입국이 국내경기 회복 이후 다시 급증하고 있다.

3일 해경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밀입국을 시도하다 붙잡힌 중국동포 수는 8월 말까지 8백62명으로 지난 한 해 동안 4백7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배 수준으로 늘었다.

적발된 밀입국자는 96년 7백27명에서 97년 1천3백49명으로 늘었다가 IMF사태 후 98년 2백56명으로 급감했었다.

◇ 왜 늘었나=중국 중산층 샐러리맨 월급은 5백~1천위안(6만~12만원)선. 농촌 출신이 대부분인 중국동포들의 월수입은 이보다 훨씬 적다.

한국 식당.공사장 등에서 일하면 최소한 월 1백만원은 받을 수 있다. 밀입국 알선료 5만~8만위안(6백만~1천만원)을 준다해도 2~3년만 고생하면 2천만~3천만원의 목돈을 쥘 수 있어 '코리안 드림' 에 사로잡힌 동포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해경 관계자는 "국내에 밀입국한 중국동포들이 수만명으로 추산된다" 며 "밀입국 대기자가 20만명에 이른다는 현지 정보가 있다" 고 말했다.

◇ 어떻게 밀입국하나=이처럼 밀입국 대기자가 늘어나자 밀입국 수법도 갈수록 대담해지고 있다.

전에는 한번에 20~30명 규모였으나 최근에는 80명 이상으로 대형화하고 있다.또 우리 해경의 감시가 강화되자 상륙지점도 종전의 서.남해안에서 동해안.제주도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밀입국 알선자들도 '기업화' 하면서 지난해 말 이후에는 알선료 지불방식이 선금제에서 후불제로 바뀌었다.

주로 알선료 중 20% 정도를 지불하고 나머지 돈을 입금한 통장.도장을 모집책에게 주었다가 성공할 경우 국제전화로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007방식' 이 이용된다.

이같은 방식은 실패에 대한 금전적 부담을 덜어주기 때문에 중국동포들의 밀입국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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