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여전히 막혀있는 술집 비상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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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친구들과 지하에 있는 호프집에 가 술을 마셨다. 문득 지난해에 발생한 인천 인현동 호프집 화재사고가 생각나 비상구를 찾아봤다.

출입구 반대편 쪽에 '비상구' 라고 적힌 표시등이 두 개 있었다. 그러나 비상구는 표시등만 있었고 막상 비상구가 보이지 않아 종업원을 불러 "왜 비상구 표시등은 있는데 비상구가 없느냐" 고 물어봤다.

종업원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없긴 왜 없느냐" 고 반문했다.

가까이 가서 확인해 보니 벽면을 인테리어로 치장해 비상구가 눈에 띄지 않았던 데다 비상구 앞에 손님을 받는 좌석이 놓여 있어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더욱이 비상구 통로에는 쓸모없는 물건들이 쌓여 있어 비상시 제대로 역할을 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 종업원은 "다른 가게들도 피난통로에 물품을 쌓아놓는 일이 많다" 고 항변했다.

다중이용시설이나 지하건축물에서 비상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인천 호프집 화재참사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두말할 나위가 없다. 행정당국은 업주들이 비상구를 개방해 두고 있는지에 대해 철저히 단속해야 할 것이다.

민종택.광주시 광산구 소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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