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룡씨 대출보증 거절한 지점장 집중내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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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으로 구속된 아크월드사 대표 박혜룡(47)씨와 동생 현룡(40.전 청와대 국장)형제의 청탁을 거절했던 금융기관 간부가 경찰내 특수조직인 사직동팀으로부터 집중적 조사를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28일 "지난해 6월께 신용보증기금 전 서울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씨의 비리에 대한 첩보가 넘어와 서울지검 동부지청이 수사한 결과 대출 보증과 관련, 1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났다" 고 밝혔다. 이 첩보는 청와대 법무비서관실이 제공한 것이다. 李씨는 바로 도주, 기소중지 상태다.

청와대 하명 사건 수사를 전담하는 사직동팀은 李씨가 朴씨 형제의 대출보증 부탁을 거절한 한달 뒤인 지난해 4월 李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었다. 개인적인 문제에 공조직이 관여 했다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사직동팀은 "李씨가 대출 보증과 관련, 5천만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는 보고서를 법무비서관실에 올렸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李씨는 "지난해 3월 당시 청와대의 보좌관이었던 박현룡씨와 그 형이 아크월드에 대한 대출보증을 요청해왔으나 이를 거절해 투서가 들어와 사직동팀의 조사를 받았다" 는 탄원서를 검찰에 낸 바 있다.

李씨는 탄원서에서 "지난해 3월 朴씨 형제가 번갈아 찾아와 아크월드사가 은행으로부터 1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을 해줄 것을 부탁해 왔다" 고 주장했다.

李씨는 그러나 신용보증기금이 이미 이 회사에 대해 5억원의 지급보증을 하고 있는 점을 들어 "규정상 5억원까지만 추가로 보증해줄 수 있다" 고 주장해 朴씨 형제와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사직동팀 수사관 3명은 지난해 4월22일 李씨 사무실을 방문, ▶대출보증과 관련한 금품수수 여부▶재산은닉 여부 등을 조사했다. 李씨는 며칠 뒤 신용보증기금에 사표를 내고 검찰 소환에 불응한 채 자취를 감췄다.

동부지청은 곧바로 李씨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과 李씨의 지급보증으로 대출받은 기업체 관계자들을 조사했다.

◇ 반론=청와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사직동팀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당시 법무비서관실이 검찰에 李씨의 비리 혐의 첩보를 넘겨준 것은 사실이지만 사직동팀의 조사는 정상적 활동이었다" 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용보증기금과 같이 정부출자기관 임직원들은 당연히 사직동팀 내사 대상이며 李씨에 대한 내사는 朴씨 형제의 대출보증 요구와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고 주장했다.

강찬수.박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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