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금의 명인 황규일씨 내달 국립국악원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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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더위에 쫓겨 여름 내내 흐트러진 마음을 추스리기에는 초가을밤 고즈넉하게 흐르는 대금 소리를 듣는 게 적격이다. 대금의 명인 죽적(竹笛)황규일(黃圭日.50)씨가 대금 가락과 함께 가을 여행을 떠난다.

황씨는 내달 4일부터 3일간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정악.산조.창작곡 등 대금으로 연주할 수 있는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기획공연을 꾸민다.

공연 제목은 '황규일-3일간의 아름다운 대금 이야기' . 부제는 '젓대의 소리 여정-대숲으로 가는 꿈' 이다.

첫날은 '영산회상' 의 파생곡인 '상령산' (일명 평조회상)을 비롯해 대금독주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청성곡' (淸聲曲), 궁중정재(宮中呈才)의 반주음악인 '향당교주' (鄕唐交奏), 양반들의 사랑방 분위기가 물씬 나는 '천년만세' 등을 들려준다. 장구 뿐만 아니라 세피리.해금.가야금.거문고 등이 함께 거든다.

둘째날인 5일엔 50여분 길이의 서용석류 대금산조 전바탕을 처음으로 완주(完奏)한다. 산조는 서용석 명인의 말마따나 '가사 없는 판소리' 다. 극적인 표현력이 그만큼 뛰어나다.

마지막 날은 창작음악 초연 무대로 꾸민다. 이상규의 '비공(飛孔)' , 박일훈의 '죽주' (竹宙), 김용진의 '영상' 등 대금 독주곡과 함께 대금.징.노래를 위한 '큰-나무의 이야기, 둘' (이성천 작곡), 대금.장구.징을 위한 '풍류' (이준호 작곡)', 대금과 가야금.장구를 위한 '앵두와 살구 이야기' (이병욱 작곡)' 등 모두 6곡을 첫 무대에 올린다.

황씨는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양성소(현 국악고)와 추계예대를 졸업하고 국립국악원 정악단 대금수석을 거쳐 현재 지도위원으로 있다.

정악대금은 김성진, 산조대금은 서용석 명인을 사사했다. 공연개막 오후 7시30분. 02-580-3300.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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