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와 함께 떠나는 가을 여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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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처서(處暑)도 지나고 아침 저녁으론 제법 찬 바람이 분다.

아직 여름휴가도 다녀오지 못한 사람에겐 한가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여행을 떠나기에 알맞은 계절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러나 분주한 일상 탓에 아무나 배낭을 꾸릴 수는 없는 법. 각계 전문가가 교대로 나와 우리 사회의 구석구석을 부담없이 풀어주는 EBS의 대표적 강연 프로그램인 '세상보기' (월~금 저녁 7시20분)가 이런 사람들을 위해 다음주부터 한달 동안 여행특집을 꾸민다.

그렇다고 명승지를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 평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문화여행에 동참하라고 손짓한다.

강사진도 화려하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월), 전영우 국민대 산림자원과 교수.산악인 허영호씨(화), 김희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수), 인도철학 전문가 이거룡씨(목), 김호동 서울대 동양사학과 교수(금) 등이다.

이들은 각각 시청자와 함께 도자기로, 숲으로, 산으로, 우주로, 인도로, 그리고 실크로드로 향하는 여행의 길잡이가 된다.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도자기 연구의 1인자. 그가 우리 가을 하늘보다 더 수려한 비색(翡色)의 고려청자부터 한민족의 단아한 심성이 그대로 반영된 조선 백자까지 우리 문화의 중심으로 시청자를 끌어들인다. 흙과 불과 바람의 조화가 빚어낸 도자기의 신비를 감상하게 된다.

이어 전영우 교수는 우리 숲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문화적인 시각에서 설명하고, 허용호씨는 북극.남극.에베레스트 등정기를 들려준다.

김희준 교수의 우주탐험도 특이하다. 창세기에 기록된 구절을 단서로 우주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생명의 비밀을 파헤친다. 무한한 천체를 향해 상상의 나래를 펴며 현대과학의 성과도 소개한다. 일반인으로선 오랜 만에 접하는 교양과학 강의가 될 것 같다.

또한 속세의 이해를 뛰어넘어 초월적인 삶을 희구하는 인도인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이거룡씨의 강연은 일상의 자잘한 분쟁에 일희일비하는 우리들의 뿌리부터 되돌아보게 한다.

김호동 교수의 실크로드 기행도 웅장하다.

세계사의 향방을 좌우했던 실크로드를 따라가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중앙아시아의 역사와 인물을 두루 조망하는 대장정이다.

손복희 PD는 "여행은 결국 자기를 찾아나서는 길" 이라며 "여름 더위에 흐트러진 시청자들이 자신을 단단하게 다지는 계기가 될 것" 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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