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유학 가이드 북 '한국 엄마들…'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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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조기유학은 이미 '가라' '가지마라' 의 논란 차원을 넘어 이제 어떻게 하면 최상의 효과를 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관심이 쏠려있다. 중산층까지도 유학비용 적금을 붓고있는 현실에서 정책 당국자들이 오락가락 혼선 끝에 조기유학 금지 결정을 내린 것은 논란의 여지가 없이 '정책 테러' 다."

조기유학 가이드 북인 신간 '한국 엄마들이 미쳤다구요?' 는 도대체 눈치가 없는 책이다.

아니 '전국민이 교육 전문가' 인 한국사회이지만, 이러저런 사정에 눈치를 보지 않기로 작심하고 말문을 열었다고 해야 옳다.

조기유학을 둘러싼 논란에도 불구하고 실체를 밝힐 것은 밝히고 보자는 입장에서 출발을 한다. 저자가 선택한 입장은 교육서비스의 수요자인 이 땅의 학부모 입장. 결론은 명쾌하다.

"학부모들의 한국 공교육에 대한 불신은 이미 수위를 넘었다. 따라서 이 문제가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들의 큰 관심사인 조기유학에 대한 규제는 전면 철폐해야 마땅하다."

책의 저자는 유학 대행업체 전문가. 현재 서울아카데미 유학원을 이끌고 있는 여성이다.

그의 유학가이드 북이 주목받야햐 하는 이유는 이미 슬럼화된 우리 공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오직 일류대 합격자를 위해 교육이 존재하는 것이 한국 교육의 현실이다. 그러니 한 반에서 10등 이하의, 전체 학생의 80% 학생들은 스스로가 '못나고 형편없는 놈' 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꼴찌 학생이 유학을 가 미국 학교 1등을 예사로 하는 현실을 이 땅의 유난스런 엄마들이 발견 못할리 없다.

서울 강남의 부모들이 더 이상 KS마크 쥐기를 포기하고 더 근사하고 손쉬운 카드를 쥐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명문 사립 초우트 고교를 거쳐 하버드대에 진학시키려는 치맛바람이 불고있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연봉 5천만원 전후의 샐러리맨도 들썩들썩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뒤처지면 안된다면서 노후는 생각지도 않은 채 적금을 붓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미국 교육관계자들이 비행기 하나 가득 공수되는 한국꼬마들에 놀라고 있다' 는 것이다.

책에 담긴 저자의 주장에 대한 호오(好惡) 내지 찬반의 입장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땅의 현실에서 받는 참담한 심정은 매일반일 것이다.

논란의 여지는 없지않지만 저자는 '하버드대도 한국인이 몽땅 점령할 수 있다' 면서 비용을 적게 하면서 자녀 유학시키는 정보, 미국 유학 후 한국의 대학에 편입학하는 요령 등을 소개한다.

영어 잘하는 것이 목표인 부모들을 위해서는 단기유학, 서머 스쿨 참가 가이드도 해준다. 물론 한국에서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는 요령도 담고있다.

◇ 사족〓이 책을 봐야 하는 사람은 학부모일까, 아니면 교육당국자들일까. 상식으로라면 아마도 학부모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쪽은 교육 당국자들이어야 한다. 교육현실을 이 지경으로까지 만든 당사자들이 반성의 마음으로 읽어야 한다.

조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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