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당근' 은 필요악 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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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프로야구 8개 구단이 시행중인 메리트 시스템이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메리트 시스템은 팀 성적에 따라 연봉에 추가 지급되는 일종의 ‘당근’으로 연승 보너스·월별 승률 보너스·격려금 등 여러가지가 있다. 연봉밖에 지급하지 않는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돈이다.

매년 단장 회의에서는 메리트 시스템을 시행하지 않기로 합의하지만 그 때 뿐이다.시즌 중반을 넘어서면 8개 구단 모두 합의를 깨버린다. 메리트 시스템을 시행하면 성적이 일시적으로 수직 상승하는 묘한 효과를 발휘할 뿐 아니라 ‘어떤 팀은 얼마를 돌렸다더라’는 소문이 순식간에 퍼지면서 선수 사기가 떨어질까 우려하는 다른 구단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오게 만든다.

문제는 구단 사정이 넉넉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간에 위화감이 조성될 뿐 아니라 일정액의 ‘당근’ 효과가 떨어지면 반드시 액수를 높여야 ‘당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삼성은 감독·코치 집단 퇴장 사건 직후인 지난 6월28일부터 현대·두산전 연승당 2천만원,그외팀 상대 연승당 1천만원의 메리트 시스템을 도입해 13연승을 일궈냈다.

삼성 관계자는 “올시즌 들어 나눠준 보너스만 4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삼성은 8월들어 ‘약효’가 떨어지면서 팀성적이 6승2무6패로 기대에 못미치자 지난 18일 대구 LG전부터 1승에 2천만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이후 2승1패를 기록했다.

올해 내내 꼴찌를 헤메던 SK는 시즌 초반 한달 승률이 5할을 넘을 경우 1억원을 지급하겠다는 메리트가 먹히지 않자 지난 6월 4할 승률에 1억원, 5할 승률에는 2억원을 약속하자 8월들어 21일 현재 7승1무7패, 5할 승률로 ‘당근’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주로 형편이 넉넉한 구단에 의해 메리트의 인플레이션이 가속을 받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돈주머니를 쉽게 풀지않기로 소문난 롯데도 지난 7월부터 월별 승률을 따져 이미 7천만원을 풀었다.올 시즌 리그 1위에 오르면 모두 합해 2억원의 보너스까지 약속했다.롯데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하면 두 배에 가까운 액수”라고 털어놨다.

형편이 좋지 않은 해태도 연승에 5백만원의 보너스를 책정했다.

구경백 경인방송 해설위원은 “메리트의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며 야구는 전력이 우수한 팀이 이기기 마련”이라며 “그 돈을 연고 지역내 고교팀에 지원한다면 전력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것”이라고 메리트의 무용론을 주장한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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