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대 경시대회 입상자 주최 대학 합격 천차만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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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사립대학들이 경쟁적으로 주최하는 각종 경시대회에 입상한 학생 중 그 대학 특별전형을 거쳐 합격하는 사람의 비율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와 이화여대는 합격률이 10%를 넘는 반면 홍익대.단국대.동덕여대.광운대 등은 합격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

이는 열린우리당 유기홍 의원이 서울지역 21개 주요 사립대학의 '경시대회 현황 및 입학사정 결과'를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다. 유 의원은 "2003년 21개 사립대가 연 경시대회 입상자만 1만2000여명에 달했으나 최종 합격자는 176명으로 합격률이 1.4%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2004년 합격률도 2003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 합격률 천차만별=홍익대는 미술 실기대회를 매년 한차례씩 열어 2년간 2862명을 입상시켰지만 이 중 이 대학에 합격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단국대.동덕여대.광운대 등도 경시대회 입상자를 전혀 뽑지 않았다.

성균관대는 최근 2년간 게임개발 경진대회.무용경시대회 등 18차례의 대회를 열어 모두 6772명에게 상을 줬지만 이 중 합격자는 26명(0.38%)에 불과했다. 경희대도 2003년 8차례의 대회를 열어 1749명이 상을 받았지만 이 중 이 대학에 들어간 사람은 9명이었다.

일부 사립대는 비교적 합격자 비율이 높았다. 고려대는 2003년에 연 대회의 입상자 241명 중 35명이 합격해 14.5%의 합격률을 보였고 이화여대도 같은 해 137명의 입상자 중 16명(11.7%)이 합격했다.

◆ 늘어나는 경시대회=경시대회 수는 1998년 교육부가 "2002학년도부터 특정분야만 잘해도 대학진학을 가능하게 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크게 늘었다. 98년 68개였던 대회 수가 이듬해 127개, 2000년 921개, 2002년 1031개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대학교육협의회는 각종 경시대회에 학생들이 쓰는 학원비.교재비.참가비 등은 2002년 기준으로 연간 1조50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승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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