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앞두고 1위 다툼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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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DJ) 대통령의 개혁을 계승할 사람' .(韓和甲지도위원)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꺾을 인물' .(李仁濟상임고문)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을 열흘 앞두고 韓위원과 李고문의 1위 다툼이 치열하다. 경선 결과에 따라 자신들의 정치생명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집권당의 차기 이미지를 건 게임이다.

李고문은 최근 취약지로 꼽혔던 영남지역을 맹렬하게 돌았다. 자신의 에쿠스 승용차로 밤 늦게까지 뛸 때는 두명의 운전기사를 교대시켜 가면서 대의원들을 만났다고 한다.

한 측근은 "1997년 대선 캠프에서 뛰었던 사람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2백여명을 가동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 결과 '이인제 불가론' 에 젖어 있던 영남지역 대의원들의 표심이 움직이고 있다" 는 주장이다. 부인 김은숙(金恩淑)여사도 선거현장에 뛰어들었다.

李고문측은 "최소한 1위와 근접하는 2위를 해야 민주당에 뿌리를 내릴 수 있다" 고 말한다. 그렇지 않고선 '이인제 불가론' 의 역풍에 부닥칠 가능성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절박감 때문인 듯 李고문은 21일 전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모든 여론조사에서 나는 이회창 총재를 압도하고 있다. 이인제를 지켜달라. 힘을 모아달라" 고 호소했다.

李고문의 추격이 거세지자 한화갑 위원 쪽에도 비상이 걸렸다. 영남지역 합동연설회가 끝난 20일 밤엔 긴급 참모회의를 열었다. 비공식 여론조사에서 지켜왔던 1위 자리가 흔들릴 가능성 때문이다.

그는 평소 "소액주주가 아니라 대주주로서 일하고 싶다" 고 말해왔다. 측근들은 "당의 새 구심점이 돼 힘있는 집권당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韓위원은 이번 경선을 통해 권노갑(權魯甲)고문을 제치고 동교동계의 확고한 간판으로 등장하려는 의욕을 갖고 있는 것으로 당내에선 관측하고 있다.

하지만 1위 확보에 실패하면 동교동계와 호남의 새로운 중심이 되겠다는 목표는 타격을 받는다.

그래서 韓위원의 발언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그는 21일 "金대통령이(향후 대통령후보 경선에서) '너 하지 말라' 고 하면 누가 물러설 수 있느냐. 이번 경선에선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 투표행위를 해야 한다" 고 강조했다. 다분히 '李고문측을 겨냥한 발언' 으로 당내에선 해석했다.

일부 후보진영의 '차기대선 호남불가론' 에 대해선 "지역감정을 조장하는 버르장머리를 고치기 위해선 그런 후보들에게 표를 줘선 안된다" 고 韓위원은 주장한다.

韓위원측은 범동교동계 의원 50여명과 당 외곽조직인 연청(聯靑)조직을 중심으로 해 뛰고 있다.

이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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