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자제 대대적 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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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정부가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대대적인 개선·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행정자치부는 21일 민선 자치단체장의 직무태만과 부당한 행정행위를 막기 위해 서면경고제와 대리집행제의 도입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자치단체장의 인사권 남용을 견제하기 위해 지방인사위원회의 기능 강화도 검토 중이다.

특히 중앙과 지방정부간 업무협조를 위해 전국 2백32개 시·군·구 부단체장을 지방직에서 국가직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적극 추진 중이다.

행자부는 지방자치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을 마련, 올 정기국회에 상정할 방침이다.

◇ 서면경고·대리집행〓행자부는 위법·부당한 명령·처분에 대해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자치단체장에게 서면으로 경고하는 제도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경고를 받은 자치단체장은 의회에 의무적으로 지적사항을 보고하고 시정해야 한다. 거부하면 시정명령·직무이행명령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자치단체장이 법령 상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법령에 근거한 지시·명령을 어긴 경우 상급기관이 위임인을 선임해 직무를 수행토록 하는 대리집행제의 도입도 추진된다. 대리집행인은 해당 사안에 대해서만 결재권을 갖는다.

행자부 관계자는 "정무직인 자치단체장에게는 지방공무원법상 징계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해야 할 업무를 이행하지 않더라도 규제할 방법이 없는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 이라고 말했다.

◇ 부단체장 국가직화·지방인사위 강화〓부단체장은 1998년 7월부터 지방직으로 전환돼 자치단체장이 전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해 왔다.

행자부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 선거와 관련해 논공행상으로 부단체장을 임명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업무에 차질을 빚기도 한다" 고 말했다.

그래서 시·군·구의 부단체장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행자부는 또 전국 시·도와 시·군·구의 지방인사위원회와 지방소청위원회의 기능을 강화, 위원회 구성을 민간주도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부단체장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 상당수가 공무원인 것을 민간인이 과반수가 되도록 조정해 자치단체장으로부터 독립을 꾀한다는 것이다.

◇ 자치단체 반발·전문가 진단〓자치단체장들이 반발하고 있다. 일부 지방공무원들은 행자부와 지자체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행자부가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체 인력적체를 해소하고 지방공무원을 장악하기 위해 조령모개(朝令暮改)정책을 펴고 있다" 고 주장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회장 金炳亮 성남시장)는 2백32명의 회원들에게 행자부 방침을 통지,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와 관련, 경상대 남궁근(南宮槿·행정학)교수는 "대리집행제와 지방인사위 강화는 지자체의 자율성에 제동을 거는 것이어서 부작용이 많을 것" 이라고 말했다.

반면 행정개혁시민연합 신대균(申大均)사무총장은 "자치단체장의 방만한 경영과 인사는 민선 자치시대 최대 부작용 중 하나로 이들에게 집중된 권한에 제동을 거는 합리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박종권·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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