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서울] 흉물로 변한 거리 휴지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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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대학로쪽 네거리.

쓰레기를 수거할 때만 여닫는 문이 잠겨있지 않은 휴지통 밖으로 더러운 쓰레기가 비어져나와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휴지통 주변에는 인근 주민들이 내놓은 쓰레기 봉투와 행인들이 버린 휴지가 수북하게 쌓여있어 악취를 풍긴다.

같은 시간 지하철 1호선 종로 3가역 출입구 주변. '휴지통 없는 시범거리' 로 운영되고 있는 이 일대에는 일회용 컵과 음료수 캔 등 각종 쓰레기가 지하철 환풍구 위에 나뒹굴고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종로1~6가 2.8㎞ 구간에 휴지통이 하나도 없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려는 시민들이 쓰레기를 주변에 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간혹 지하철 출입구 등에 파란색 쓰레기 봉투가 비치되기는 하지만 쓰레기가 조금만 차도 옆으로 쓰러져 오히려 거리 미관을 해치고 있다.

서울 대로변의 휴지통이 미관상으로 눈에 거슬릴 뿐 아니라 관리가 허술해 '거리의 흉물' 로 방치되고 있다.

더구나 종량제 실시 이후 무단 투기가 성행하고 예산과 인력을 줄인다는 이유로 각 구청들이 휴지통 수를 크게 줄이는 바람에 거리 곳곳이 쓰레기로 넘쳐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가로 휴지통은 1995년 7천6백5개에서 해마다 감소, 지난 6월말 현재 3천2백95개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 가운데 동대문구는 가로휴지통을 하나도 설치하지 않았고 관악구는 단 두개에 불과했다.

종로3가를 거닐던 주부 김영주(金英柱.35)씨는 "거리에 음료수캔 등을 버릴 만한 휴지통을 마련하지 않고 집으로 가져가라고 한다면 실효성이 있겠느냐" 고 불평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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