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먼워치] 유일한 여성장관 김명자 환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 포장마차 새벽 4시 연장토론〓낙동강 물 문제 환경단체 설득.

- '아키코(明子)상' 취중(醉中)발언〓1급 공무원 사표수리.

김명자(金明子.56)환경부장관은 만만치 않다. 여자교수 출신(숙명여대 화학과) 이어서 관료사회와 현장을 잘 모르리라 생각한다면 실수하기 쉽다.

환경은 시민단체.주민.여론 사이에 복잡한 계산과 이해가 얽혀 골치아프다.

그렇지만 金장관은 "환경업무는 설득.호소하는 일이 많다. 섬세함이 필요하므로 여성이 더 유리하다" 고 주장한다. 그만큼 의욕적이다.

때로는 '모질다' 는 말을 듣는다. 지난달 아키코상 파문의 처리가 그렇다. 장관이 없는 술자리인데도 그 발언을 한 1급 공무원의 사표를 공직기강 차원에서 받았다.

金장관은 "그 사람의 과거 취중 처신, 여성 상급자에 대한 편견을 따져보고 내린 결정" 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장관의 고질적 단점으로 꼽히는 게 부처 장악력 부족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金장관은 과단성과 원칙, 그리고 사기 진작용 승진인사를 배합했다.

환경부에선 3년간 없었던 3급 이상 승진자가 최근 20명이다. 차관급이나 1급이 맡는 산하기관장(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에 2급 국장을 보내는 파격을 보였다.

그는 내각의 유일한 여성장관이다. 8.7개각에서 유임해 장수(長壽)여성장관 대열에 들어갔다. 과거 여성정책담당인 정무2장관을 빼곤 넷째로 긴 수명이다(1년2개월 재임).

헌정 사상 여성장관은 22명. 5공 초기 김정례(金正禮)보사부장관이 3년 재임으로 최장수. 대부분 여성장관이 단명(短命)과 장식용에 머물렀다. 청와대 관계자는 20일 "金장관은 '구색용' 장관이란 시선에서 벗어났다.

이제 정책결정 과정에서 환경부 위상을 높이는 새로운 실험을 하려는 의욕을 보인다" 고 말했다.

그 실험은 쉽지 않다. 환경문제가 터지면 시민단체나 주민들은 환경부보다 청와대를 찾고, 대통령을 들먹인다.

환경은 개발과 충돌한다. 때문에 국회, 지방자치단체, 건설.국방.행자부의 힘겨루기가 이어진다.

환경과 경제논리보다 정치적 결단에 의해 판가름날 경우가 많다. 동강댐 문제의 결정 과정에서 그런 점이 실감나게 드러났다.

金장관은 요즘 환한 파스텔 톤 정장을 즐겨 입는다. 장관 초기엔 남자들 사이에서 두드러지지 않으려고 진회색 옷을 입었다. 강한 여성장관이라는 자신감이 붙어서일까.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