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약탈 외규장각 문화재 의궤 말고도 중요 보물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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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20개국(G20) 회의가 서울에서 열리는 등 국제적 흐름을 탈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단국대 김문식(48·사학·사진) 교수는 7일 기자와 만나 “이제는 우리도 국격을 생각해 볼 때”라고 강조했다. 프랑스 행정법원이 국내 시민단체인 문화연대가 주도한 외규장각 반환 소송을 기각한 사실이 알려진 날이다. <본지 1월 7일자 1면>

조선시대의 왕실문화를 연구한 그는 서울대 규장각에서 근무하던 2002년 파리 국립도서관 소장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정부 실사단으로 참여했다. 이번 소송의 자문역도 했다. 그는 “세계 각국은 약탈 문화재에 대해 자국 목소리를 키우는 추세다. 외국의 약탈 문화재 반환 소식이 속속 들리는 요즘, 우리 정부의 전략적 접근이 더욱 아쉽다”고 말했다. 특히 “외규장각 의궤 반환 문제가 표면화된 1991년 이래 지난 20년간 외교통상부가 주도해온 협상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담당 공무원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 담당 공무원도 그때그때 바뀌니 사안을 처음부터 파악해야 해요. 일례로 이 사안에 자문했던 담당자가 2년간 세 번이나 바뀌었어요.”

김 교수는 “일본의 경우 독도 문제가 제기된 90년대 이후 시마네현의 담당 공무원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 고 말했다. 약탈 문화재 환수를 위한 별도 팀을 가동해 사안별로 움직이고, 담당 전문가를 키우고, 그간의 협상 과정을 백서로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약탈 문화재 환수 협상을 위해서는 세 개의 바퀴가 굴러가야 합니다. 정부와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 시민단체죠. 이 중 최종 결정 기구는 정부입니다. 협상 당사자인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죠.”


◆“프랑스 측엔 기록 있어”=현재 파리 국립도서관에 있는 외규장각 도서로 알려진 것은 의궤 191종 297권이다. 정부의 협상 대상도 의궤로 한정돼 있다. 그러나 의궤 외에도 왕실 족보인 『선원계보기략(璿源系譜記略)』, 중국 명대의 아시아 지도인 왕반(王伴)의 천하여지도(天下與地圖) 등 확인된 것만 353점이다.

왕에게 올려진 옥으로 만든 책인 옥책이나 갑옷과 투구 등 또 다른 외규장각 문화유산은 현재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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