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시울 붉힌 MB 왜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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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7일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1년 점검회의에서 사채이자 때문에 고생했던 최모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눈물을 닦고 있다. [조문규 기자]

“(대통령의)입술 부르튼 거 보고 우리는 용기를 얻고 삽니다.”

‘봉고차 모녀’로 지난해 화제가 됐던 김옥례씨가 7일 이명박 대통령을 직접 만나 한 말이다. 홀로 딸을 키우는 김씨는 이 대통령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전세 보증금이 없어 길거리에 나앉을 처지였다. 그런데도 낡은 승합차 한 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되지 못하는 처지였다. 하지만 김씨의 초등학생 딸이 지난해 2월 이 대통령에게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보냈고, 이를 읽은 이 대통령이 전화 상담을 한 뒤 많은 게 달라졌다. <본지 2009년 2월 6일자 3면>

이날 대통령을 만나 “구청 소개로 경로당 자활근무를 다녀 72만원씩을 번다”고 밝힌 김씨는 이 대통령이 원전 수주차 아랍에미리트(UAE)를 다녀오느라 입술이 터졌던 일을 언급하며,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준 데 대해 “고맙다”는 말을 연발했다.

이 대통령과 김씨가 이날 만난 자리는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였다. 1주년을 맞은 비상경제회의의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김씨처럼 대책회의의 안건으로 다뤄져 정책의 수요자가 된 일반 시민들이 다수 참석했다.

이들 중에는 사채 때문에 매달 900만원씩의 이자에 허덕이다 역시 비상경제대책회의 때 이 대통령을 만나 재기의 기회를 얻은 최모씨도 앉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30일 사금융 피해 문제를 안건으로 다루기 위해 금융감독원을 찾아 회의를 열었다가 상담을 받으러 온 최씨에게서 사연을 들은 뒤 지원책을 모색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했다. 최씨는 이날 “지금은 월 이자가 100만원도 안 들어간다”며 “지난해 4월 30일 대통령을 만난 날을 내 생일로 다시 정하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최씨가 감사의 뜻을 표하며 울먹이자 얘기를 듣던 이 대통령도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와 최씨 외에도 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 때 이 대통령을 만난 뒤 센터의 인턴직원을 거쳐 지금은 체육인재육성재단에서 근무하는 김혜진씨 등도 참석했다.

정책 수요자들의 사연을 담은 얘기에 이어 지난해 1년간 비상경제대책회의를 통해 정부가 거둔 성과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야마구치 마사노리 서울지국장은 “이 대통령이 ‘위기를 기회로’라고 강조하면서 신속하게 정책을 추진한 것은 일본 정부와 대조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도 “사실 지난해 한 해를 시작할 때는 암담한 심정으로 마이너스 2% 정도 성장을 예상했다”며 “열심히 (예산) 조기집행을 하고 대책을 마련해 마이너스 성장을 면하게 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의, 재정의 역할이었다”고 말했다. 반면 주한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의 볼프강 허버트 슬라빈스키 부회장은 “한국에서 자유롭게 투자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한국의 위기 극복에 협조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토론을 마무리하며 “정부는 행동으로 정책을 펴나가려고 한다”며 “미래를 위해 기초를 닦고 그 일을 하는 데는 욕을 먹더라도 할 일은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상경제대책회의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초 비상경제정부를 선언하며 1월 8일 처음으로 열렸다. 이후 해외순방 때를 빼고는 모두 이 대통령이 주재하며 40차례 회의가 열렸고, 이를 통해 73개 경제현안을 안건으로 다뤘다. 

남궁욱 기자 ,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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