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총재 선친 묘 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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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11월 충남 예산군 산성리 선영에 조성됐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선친 묘소(상). 1년5개월 만인 지난 4월 처음 묘터에서 10여km 떨어진 예산군 녹문리 문중 산으로 이장한 새 묘지 모습(하). [연합뉴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지난 4월 선친의 묘를 이장한 사실이 확인됐다. 1일 이 전 총재 측에 따르면 2002년 10월 말 대선 직전에 별세한 이홍규씨의 묘를 조성된 지 1년5개월 만에 충남 예산군 신양면 녹문리로 이장했다. 이장되기 전 이씨의 묘는 예산군 예산읍 산성리 소재 선영에 있었으며, 새로 옮긴 곳은 여기서 10여km 떨어졌다.

이 전 총재 측은 4월 17일자로 군청에 사설묘지 설치허가를 신청했다. 1800여평 규모의 예산읍 내 선영엔 이 전 총재의 7대조 등 조상묘 13기가 보존돼 있는데 이 중 선친의 묘만 옮긴 것이다. 이전 과정에서 봉분에 박힌 흉기 두 개가 발견됐다고 한다.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2002년 부친을 선산에 모신 뒤 군청에 매장신고를 했더니 아파트 등 집단 거주지로부터 500m 이내에는 묘가 신규로 들어설 수 없다는 지적을 받았다"면서 "이 전 총재가 법에 저촉되지 않는 곳으로 옮기자고 해 이장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선산 내 묘 터가 비좁아 부친 묘소 옆에 올해 93세인 모친의 묘를 조성할 공간이 부족한 것도 이장한 이유라고 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대권 4수생'인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집권 1년 전 부모의 묘를 용인으로 이장했고, 김종필 전 총리도 그랬던 점을 들어 이번 일을 예사롭지 않게 보는 시각도 있다. 풍수지리학계 일각에선 이 전 총재 선친의 본래 묘 터가 사람의 등에 해당하는 자리로, 배신당하는 지세라는 얘기도 나왔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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