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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제일은행, 그 비싼 수업료의 교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해 매각된 제일은행에 최고 3조5천억원의 공적자금을 또 투입해야 하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비난 여론이 거세다.

미국계 뉴브리지 캐피털에 지분 50.99%를 내주면서 5천억원을 받았는데 제일은행에 쏟아붓는 돈은 진작 투입된 공적자금을 포함, 16조원이 훨씬 넘기 때문이다. 제일은행 한 곳에만 전체 공적자금 64조원의 25% 이상을 투입하는 셈이다.

의료보험 수가 인상분으로 2조2천억원의 부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비난에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혈세를 낭비한다거나, 제일은행을 차라리 청산했어야 했다는 식의 대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매각 당시 뉴브리지 캐피털에 향후 2년간 발생하는 부실 여신은 보호해 주기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지금 와서 새로 계약하자고 할 수는 없다. 또 이번 추가 자금도 새 주인이 경영을 잘못해 생긴 게 아니라 이전에 매입한 대우 계열사와 법정관리 기업 등의 부실 채권 때문이다.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안은 이처럼 '비싼 수업료' 를 내고 우리가 무엇을 배웠으며, 배운 바를 실천할 수 있을 것인지를 따져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투입된 공적자금은 최대한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일은행이 과거의 행태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필요하다면 구조조정을 더하고, 부실 대출을 최소화하며, 책임져야 할 경영진에겐 과감히 책임을 물음으로써 초우량 은행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부도 제일은행이 이렇게 하도록 감독하고 북돋워야 한다. 정부는 또 웬만하면 숨기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

정부가 풋백 옵션으로 추가 부담해야 할 부실 규모를 진작 공개했으면 국민의 충격은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일은행도 선진 금융기법의 도입 등 국내 금융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야 할 의무가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외양간의 소는 한번 잃었으면 됐지 또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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