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감독 제제 다카히사 서울 넷 페스티벌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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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지난 15일 개막한 제1회 서울 넷 페스티벌(SeNef.20일 폐막)은 온라인(http://www.senef.net)과 오프라인(아트선재센터.정동 A&C 등)에서 동시 진행되는 영화제다.

14개국 1백20여편을 상영하는 이번 영화제에서 특히 국내에선 처음으로 일본 영화 고유의 장르인 로망 포르노와 핑크 무비 여덟 편이 선보여 관심을 끈다.

핑크 무비 '가물치' (1997년)와 '가루다의 꿈' (94년)을 갖고 지난 14일 내한한 제제 다카히사(瀨瀨敬久.40)감독을 만났다.

올해 전주영화제에 '히스테릭' 을 소개하기도 했던 그는 일본 영화계가 가장 주목하는 감독 중 한 명이다.

한 여인을 강간한 뒤 죄의식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내면을 초월적인 세계관으로 그려낸 '가루다의 꿈' , 지방 소도시를 배경으로 애증으로 얽힌 남녀의 살인행각을 보여주는 '가물치' 에서 보듯 그의 영화는 성을 매개로 현대사회의 병리를' 꼼꼼하게' 파헤친다.

"이장호 감독과 배창호 감독은 요즘 뭐하느냐" 며 말문을 연 그는 "80년대 초 '한국의 뉴 웨이브' 로 일본에 소개됐을 때 그들은 우리의 영웅이었다" 고 회상했다.

'바보선언' 은 실험정신이 놀라웠고 '공포의 외인 구단' 과 '고래사냥' 은 오락적이면서도 힘이 넘쳤다는 것이다.

교토 대학(법학과) 재학 때부터 영화제작 경험을 쌓고 영화에 관한 지식이 풍부한 제제 감독은 그동안 핑크 무비만 10여편 만들었다.

핑크 영화의 매력은 "하야이(빨리 찍고) 야스이(값싸게 찍고) 우마이(맛이 좋은)" 라고 재미있게 정의하면서 "핑크 무비는 주류 상업영화에 비해 감독의 재량이 많기 때문에 매력적이다.

정사 장면만 적당히 넣어주면 프로듀서는 더 이상 간섭하지 않는다. 따라서 감독 개인의 사상이나 철학을 녹여내기가 쉽다" 고 덧붙였다.

그는 "영화를 핑크 영화.일반 영화로 나누는 건 반대다. 액션영화나 스릴러처럼 하나의 장르일 뿐 특별히 하위영화가 아니다" 며 핑크 무비에 자부심을 보였다.

최근 본 영화 중 올해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탄 '유레카' 가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네살 아래인 아오야마 신지가 벌써 저 정도 경지에 올랐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며 더욱 맹진하려는 각오를 드러냈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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